구멍 뚫린 장흥군 행정 ‘죽은 말(馬) 관리비.보험료 2년여간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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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장흥군 행정 ‘죽은 말(馬) 관리비.보험료 2년여간 지급’
  • 임순종 기자
  • 승인 2021.10.1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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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공무원 매달 한차례 현장 점검 “다 똑같은 말이어서 전혀 몰랐다” 해명
주민들 “담당 공무원 직무유기, 위탁업체 횡령 해당하는지 철저한 수사” 촉구

 

말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거액을 들여 행정 마(馬)를 산 장흥군이 이미 죽은 말에 수년 동안 관리비를 지급해온 사실이 드러나 행정의 난맥을 보이고 있다.

장흥군은 위탁업체가 보고하지 않아 몰랐다며 뒤늦게 환수 조치에 나섰지만, 군민들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며, ‘구멍 뚫린 행정’이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장흥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월 말 산업 활성화를 위해 5필의 행정 마(馬)를 사들이고 특별한 용도 없이 관내 J 업체에 1년 단위 계약의 위탁 관리를 맡겨왔다.

당시 산 말은 경주마 1필과 승용마 4필로, 말 가격은 1마리당 1946만원~1692만원에 이른다.

그런데 불과 3년 사이에 2016년 2마리가 숨졌고, 2018년 초에도 당시 3살이던 말 ‘장흥신화’도 폐사했다.

그런데 2018년 사망한 말 ‘장흥신화’가 죽은 사실을 관리업체가 통보하지 않아 장흥군은 전혀 모른 체 사료비를 비롯한 관리비를 위탁업체에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올 6월까지 2년 반 동안 2500여만원을 관리비로 지급하면서 담당 공무원이 매달 한차례 씩 현장 점검을 했다는 것이다.

점검 나간 담당 공무원은 위탁업체가 ‘이 말이라고 하면 곧이곧대로 믿었다’고 한다. 이처럼 담당 공무원은 위탁업체가 숨기고 거짓말해 알지 몰랐다는 태도다.

이는 실상 담당 공무원의 ‘직무유기’에 해당하는지 검토해봐야 할 부분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황당한 사건이 또 있었다.

지난 2018년 2월 위탁 중인 말이 망아지 한 마리를 낳은 사실도 파악했지만, 한국마사회에 등록된 망아지의 소유자는 장흥군이 아닌 위탁업체 대표로 확인됐다.

문제의 위탁업체 대표는 “그 전에 관리부실로 말 2마리가 죽었는데, 죄송한 마음에 추가 폐사 사실을 말하기가 어려웠다”고 장흥군에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망아지 출산을 보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위탁 초기 5필을 관리하면서도 수의계약 한도로 인해 3필의 관리비만 청구했었기에 망아지가 생산됐어도 관리비 증액은 무리라는 생각에 보고를 빠뜨렸다”는 입장이다.

엉터리 관리 감독을 해왔다는 비난이 일자 장흥군은 뒤늦게 관리업체에 위탁해지 통보와 함께 최근 부당지급된 위탁비용에 대해 환수 조치에 나섰다. 또한, 망아지 소유자 변경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장흥군은 말 많고 탈 많은 말(馬)의 활용도는 결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매각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

장흥군 관계자는 “기존 위탁업체에 대해서는 계약해지와 환수 조치를 한 상태이며, 위탁업체와 담당 공무원에 대해서도 아직 별도의 사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며 “현재 다른 업체와 곧바로 위탁 관리 계약 체결을 통해 말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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