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正直)하고 투명(透明)한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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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正直)하고 투명(透明)한 세상을
  • 장강뉴스
  • 승인 2021.04.1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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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한 번의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감추기 위해서는 스무 가지 거짓말을 더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스무 가지 거짓말을 또 감추려면 몇 번의 거짓말을 더해야 할까?

최일중
최일중

자신의 거짓말을 추궁하는 모든 경우의 수를 예상하면서 감히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에 완전범죄가 없듯이 인간의 불완전한 지능으로 거짓을 숨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직은 거짓, 허식이 없이 마음이 바르고 곧음을 뜻하며 투명은 흐리지 않고 속까지 환희 트여 밝음을 뜻한다. 그러면 세상이란 모든 사람이 살고 있는 사회의 통칭, 천하, 사회, 세간을 말한다.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人生之恨).

젊은 시절 출중한 기재(奇才)를 가지고도 번번이 과거에 낙방한 고려말 대문장가 이규보 선생의 대문에 붙어 있던 글귀다.

백운거사로 불린 이규보 선생은 9살 전부터 시를 짓고 사서삼경을 줄줄 외우는 신동이었다. 그런데 문벌귀족 출신이 아니어서인지 그는 시험에 볼 때마다 낙방했다. 상황이 그러다 보니 세상과 단절한 채 집안에 박혀 책만 읽었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날 임금(명종)이 암행을 나섰다가 산중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멀지 않은 곳에 민가를 발견하고 찾아들어가 하룻밤 묵기를 청하였으나 나그네가 임금일 것이라고 추호도 생각못한 백운거사는 조금만 더 가면 주막이 나올 것이라며 청을 거절했다.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서는데 대문에 이런 글귀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유아무와인생지한. 해석하자면 나는 있으나 개구리는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의 의미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주막에서 국밥 한 그릇을 먹고 난 임금은 그 내용이 너무 궁금하여 다시 그를 찾아가 하룻밤 묵기를 청했다.  두 번의 청을 거절하기가 어려웠던 백운거사는 그를 받아들였다.

비로소 방안에 들어선 임금은 그와의 짤막한 대화를 통해 그 글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옛날에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목소리 듣기가 거북한 까마귀가 살고 있었다. 어느날 까마귀가 찾아와 3일 후에 노래 시합을 하자고 제의했다. 꾀꼬리는 어처구니가 없었으나 확실한 승리를 자신했기에 쾌히 승낙했다.

심판은 제3자인 두루미가 보기로 했다. 꾀꼬리는 더더욱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기 위해 3일 동안 밤낮으로 노력했다. 그런데 까마귀는 노래연습은 커녕 자루 하나만 들고 들로 다니면서 개구리만 잡았다.

그렇게 잡은 개구리는 고스란히 두루미에게 보내졌다. 뒤를 부탁한 것이다. 약속한 3일째 꾀꼬리와 까마귀는 각각 노래를 불렀다.

승자는 누구였을까? 심판인 두루미는 바로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

과거시험이란 나라의 인재를 뽑는 일이다. 무엇보다 철저하고 공명정대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과거마저 부패해졌으니 다른 것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백운거사는 여덟글자로 당시의 세태를 그렇게 우회적으로 비판했던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800년전의 일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일명 빽이라는 배경과 돈이 있으면 안되는 것이 없어 보이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이 출세가도를 달리기 위해 실력보다 혈연, 학연, 지연에 목을 매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형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국력은 세계 11위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은 창피할 정도다. 정치인 공직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부패의식 지수가 34개국 중 27위 거의 최하위 수준이니 말이다.

이는 세상에 뇌물이 통하고 이들의 뒤를 봐주는 범죄의 커넥션이 여전히 청산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좋은 세상을 꿈꾸거든 소위 힘있는 사람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권력에 아부하는 편법보다 당장 손해보더라도 서로에게 정직해지는 인간, 자기자신에 솔직해야만 남들에게도 솔직할 수 있다. 정직성은 개인이 갖고 있는 우수함의 토대이다. 정직성을 토대로 하지 않는 재능은 쓸데없는 껍데기다.

정직함은 자신감에서 비롯되어 겸손함으로 이루어진다. 정직한 사람은 겸손하고 자신의 행동을 자랑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자는 가망없는 환자와도 같다.

근면한 사람은 대개가 정직하다. 근면은 그들에게 유혹을 걷어 치우기 때문이다. 정직은 모든 인간계에서 주체가 되어야 한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일수록 감추려고 하고, 겸손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드러내고자 애쓴다.

정직은 사회를 묶는 끈이다. 그것이 없으면 사회는 무질서와 혼란으로 무너질 것이다. 정직은 작은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능력이다.

미국의 갑부 100명 중 98명은 정직하다. 그래서 그들은 부자가 된 것이다. 젊은이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간은 정직하게 돈을 벌지 않고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시간이다.

참으로 정직한 사람은 없다. 사람이 정직하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다. 그러나 정직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믿는 것은 더욱 어리석다. 행복한 사람의 무기는 정직함이다.

정직함은 말과 행동을 통해 빛을 발한다. 정직해야 물려줄 세상이 좀 더 투명해지지 않겠는가? 세상사 권불 정해진 2년, 4년, 5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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