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주인공 31 - 건강한 100세 인생을 꿈꾸다 장흥 유치 이병희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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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주인공 31 - 건강한 100세 인생을 꿈꾸다 장흥 유치 이병희 어르신
  • 조창구 기자
  • 승인 2020.08.24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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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희 어르신 “아프면서 100세의 삶은 무의미하다. 건강하게 100세를 살아야한다”
아흔 넘은 나이에도 집안일 척척, 예초기로 벌초작업 직접, 건강비결은 “절제”
이병희 어르신
이병희 어르신

하얀 백발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예초기를 등에 메고 예초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여느 장정들보다 더 능숙하게 예초작업을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92세의 이병희 어르신이다.

장흥군 유치면 인암마을에서 아흔이 넘는 나이에도 건강한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다.

어르신의 집에 들어서면 마당앞에 돌로 만든 정자며 글을 새겨놓은 비석 등이 눈에 띈다.

비문에 「하고자운 데로 하고 살면 살고 싶은 데로 못산다(하고싶은 대로 멋대로 살면 정작 자신이 살고싶은 인생은 살지 못한다) 아침에 도를 듣고 저녁에 죽어도 올타(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자신의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느낀 좋은 글로 좌우명 비석를 만들어 마당 한 켠에 세워놓았다.

이병희 어르신은 집을 특별하게 지은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후손들과 사람들이 와서 보고 배웠으면 해서...” 라고 하신다.

어려서 사자소학과 사서삼경 등을 읽히며 배움을 실천해 오셨다는 이병희 어르신.

다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정작 건강하게 100세를 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약으로, 병으로 버티는 100세의 삶은 크게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르신은 건강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절제하며 사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병희 어르신
이병희 어르신

어르신은 “사람들은 누구나 주색잡기(酒色雜技)를 좋아한다. 그러나 좋아한다고 그런 주색잡기에 빠져 살면 안된다” 며 “모든 것이 과하면 부족한만도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아쉽더라도 절제해야 한다” 고 말한다.

문득 마당앞 돌에 새겨진 ‘하고자운 데로 하고 살면 살고 싶은 데로 못산다’ 라는 글귀가 떠올랐다.

세상을 오래 산 선배로서 후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 물으니 “인생의 길은 무한대다. 모르게 베푸는 게 도(道)고 몰래 언덕에서 밀어주는 행위가 덕(德)이다. 세상 살려면 칼로 무 자르듯 살 수 없으니 두리뭉실속에 본인이 정의감 갖고 살아야 한다”고 하신다.

두리뭉실이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다”라는 설명에서 불필요한 논쟁에 휩싸여 인생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읽혀졌다.

또한 “옛날 조상들이 어려서부터 배웠던 사자소학(四字小學)이 삼강오륜 인성교육의 뿌리다”라고 하신다. 요즘 사람들이 돌고 돌아 강조하는 인성교육이 예전에 우리 조상들이 해오던 기초교육에 들어있었다는 뜻이 된다.

‘조문도면 석사가야’라는 비석글귀에 대해서는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것으로 깊은 속뜻은 주색잡기 않고 정직하게 살라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이병희 어르신은 자신의 인생 경험담을 담아 ‘성제하(誠齊厦)’란 책을 제작해 가까운 지인들과 종친들께 전달하기도 했다.

이병희 어르신은 한문을 배우기 위해 영암 금정면 반계선생을 찾아가 2년 수학하고 화순 청풍면 서당에도 한문 배우러 1년반 다녔다.

당시 실력가 김창순 훈장을 집에 모셔와 배우기도 했다고 한다

1945년 해방을 맞고 3년 뒤인 20살까지 사서삼경 등 한문을 배우다 서울에 올라가 신식 교육기관인 배명중학교를 다녔다.

오늘날의 입장에서 보면 스무살에 중학교에 다닌다는 것이 생소한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학생 자체가 귀하던 시절이라 교복에 모자를 쓰고 시골 오면 동네 어르신들이 절을 했었다고 한다.

6.25때 군복무를 마치고 경찰공무원에 임용돼 근무하며 2남4녀의 자식들을 대학교육까지 책임졌다. 공무원 퇴직 후 1983년 고향으로 귀향했다.

여든다섯살까지 자가용을 직접 운전하다 7만 km밖에 운행하지 않은 차였지만 스스로 폐차했었다고 한다. 당시는 운전면허 반납이란 개념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나 때문에 남 죽이면 안된다’는 생각에 스스로 운전하는 것을 접었다고 한다.

항상 좋은 뒤에는 나쁜 일이 온다는 말 새기고 남 해치지 않고 돕고 살려고 하면서 살아오셨다는 이병희 어르신, 옛 선현들의 지혜가 담긴 글들을 접하고 중심을 잡아 살다보니 건강장수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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