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현장에 답이 있다③ 장흥 부산면 호계리 이상배 고추재배 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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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현장에 답이 있다③ 장흥 부산면 호계리 이상배 고추재배 농가
  • 임순종 기자
  • 승인 2020.08.0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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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비가림재배 ‘V자 망 유인’…“줄 유인보다 생산량 늘고 노동력 절감”

장흥에서 새로운 고추재배법을 도입해 다수확으로 고소득을 이어가고 있는 농부가 있다. 남들보다 유난히 많은 수확량은 물론, 고운 빛깔로 한번 맛본 소비자들이 계속 찾는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직거래 물량이 늘어나고 수익도 올라간다고 한다. 한창 수확에 바쁜 이상배 농부를 만나 고추 재배법에 대해 알아봤다. / 편집자 주

이상배 농부
이상배 농부

 

노지 3주당 1근, 터널재배 1주당 1근, V자 망 유인 1주당 2근 이상 수확

 

장흥에서 다수확을 할 수 있는 고추재배법을 도입해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는 농가가 관심을 끌고 있어 화제다.

장흥군 부산면 호계리에서 비닐하우스 2동(700평)에 고추재배를 하고 있는 이상배(62) 농부가 그 주인공이다.

이상배 농부는 장흥에서 최초로 ‘V자 망 유인’ 고추재배법을 도입했다.

고추
고추

기존에는 ‘줄 유인’이나 ‘ㅁ자 유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농가가 많다. 이 방법들은 고추가 자라면 작업이 번거롭거나 여러 번 줄을 설치해야 해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다.

반면 이상배 농부가 사용하는 ‘V자 망 유인’은 고정용 파이프를 10m 간격으로 경사지게 설치한 후 그물 모양의 넓은 망을 파이프에 고정해 V자 모양으로 곁가지를 유인하기 때문에 별도의 유인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업 시 노동력이 줄어드는 것 외에 수확량에도 효과를 보고 있다.

이상배 농부는 과거 주 수입원으로 오이를 재배했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그만두고 표고버섯을 재배했다.

그러다 표고버섯도 생산비가 맞지 않아 고추 농사에 관심을 같고 작년에 노지 고추를 심었다.

노지재배를 하다 보니 역병·탄저병 등의 병해가 심하고 수확량도 떨어져 새로운 재배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고추 주산지에 있는 선진농가의 재배시설을 둘러보며 장단점을 파악하고 기존 표고버섯 하우스 2동 2,314㎡(700평)에 ‘V자 망 유인’ 철재 지주 설치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 설치했다.

‘V자 망 유인’이 수확량도 많지만, 작업하기 쉽게 고추나무 꼭대기 부분에는 별도의 그물망을 수평으로 설치해 가지가 웃자랄 경우 그물에 닿아 눕도록 함으로써 윗부분에 달린 고추를 쉽게 수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고추 모종도 기성품을 사서 심는 게 아니라 종자를 사다 직접 발아를 시킨 모종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그는 “모종을 사는 것과 직접 발아시킨 모종 가격을 비교하면 오히려 기성품을 사서 심는 게 더 낫다. 또한, 씨앗을 모종으로 키우는 기간이 3달이나 걸려 많이 힘들다” 며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좋은 고추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직접 키워야 믿을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런 정성에서였을까. 그의 농장은 붉은 색깔의 고추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수확량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노지 고추는 3주당 1근 수확, 하우스 고추는 1주당 1근 수확, 하지만 이상배 농부의 고추는 1주당 2근 이상 수확한다고 한다.

이같이 수확량이 많이 나오는 것이 굳이 ‘V자 망 유인’ 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땀과 노력, 성실함이 묻어난 결과가 아닐까 한다.

이런 소문이 나자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농가에서 찾아와 직접 보고 배워간다고 한다.

이상배 농부는 “남들로부터 기술을 배웠으니 더 좋은 재배기술을 전파하는 일도 큰 보람이 될 것 같아 오시는 분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한다”고 말했다.

고추 재배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다고 한다.

현재 이상배 농부는 장흥군에서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군에 신청을 했는데 예산이 부족해서 지원할 수 없다고 한다.

이상배 농가가 필요한 것은 고추건조기, 세척기, 저온창고가 절실히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고추 건조기
고추 건조기

이상배 농가는 표고버섯 재배할 때 사용한 20년 넘은 건조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마저도 용량이 부족해 수확한 물량을 사용하지 못해 이웃 농가에 눈치를 보면 건조하고 있다.

세척기도 이웃 농가에서 빌려 쓴다고 한다.

그는 군에서 농업지원 정책이 많은데 왜 지원을 받지 못하는지 궁금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한, 지원을 하더라도 농업현실에 맞게 지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예로, 비닐하우스(비 가림) 설치 지원사업을 할 때 규격에 맞게 시설물을 설치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농가들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규격보다 파이프 치수가 커야 한다고 한다. 태풍이나 바람이 불 때 하우스가 망가지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면적도 작물에 맞게 조정 가능해야 한다고 한다. 규격에 맞은 면적에 작물을 심으면 사용할 수 없는 땅이 많이 나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액비 거름을 주는 관수시설과 병해충을 막기 위한 엽면살포시설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고추재배를 하면서 꼭 필요한 것이 있다고 한다.

고추재배기술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고추작목반을 만드는 것이다.

이상배 농부는 “작목반은 다수확과 고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서로 재배기술을 공유하고 가공·유통을 통해 다양한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 말했다.

이어 “이제는 맛과 영양이 풍부한 최고의 품질을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흥 고추의 규격화된 명품화로 나아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고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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