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인 주인공 29 - 판소리계 명사 김규문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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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인 주인공 29 - 판소리계 명사 김규문 선생
  • 조창구 기자
  • 승인 2020.06.22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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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안양 수락리 고향인 김규문 선생, 12살에 판소리에 매료 평생 인연
김규문 선생 “수락리에 명창들 모셔 공연과 연습하는 곳 만들고 싶어”

김규문 선생, 기업인으로써 평생 국악사랑 실천 ‘판소리계 명사로 통해

국악 판소리 공연
국악 판소리 공연

기업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평생 국악사랑을 실천해 와 판소리계의 명사(名士)로 통하는 사람이 있다. 장흥 안양면 수락리가 고향인 김규문(80) 선생 이야기다.

김규문 선생은 사업가이면서 국립극장 예술인진흥회장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판소리 초대상임이사로 국악 위상 강화와 저변확대를 위해 활동했다.

김규문 선생
김규문 선생

김규문 선생이 판소리(국악)에 심취하게 된 계기는 12살 때라고 한다. 당시 김 선생의 할머니 효열비를 세우는 날 마을에 와서 한 중학생(조상현 명창)의 판소리를 듣고 그 소리에 매료되어 판소리를 꼭 배워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판소리에 대한 꿈을 간직한 채 서울에 올라가 직장을 잡고 직장 생활하던 중 판소리를 배우겠다는 일념하나로 바로 조상현 명창을 찾아가 입문했다.

그때 당신 월급의 절반 가량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지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기초부터 시작해 북치는 법, 춘향가, 수궁가, 심청가, 사철가 등의 판소리를 배우기 위해 14년간 공부를 계속했다. 이후 안숙선 명창에게도 수년간 판소리를 배웠다.

그렇게 실력을 연마해 국악공연대회에 출전해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또한 안숙선 명창, 소리꾼, 고수로 한 조가 되어 공연하기도 했다.

안숙선 명창과 김규문 선생
안숙선 명창과 김규문 선생

실력과 명성에도 언론이나 방송에 자주 노출이 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은 직업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취미로 하는 사람이다 보니 출연료가 있는 무대에는 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예술계의 ’룰‘ 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악계에서는 김규문 선생의 실력을 인정해 국립극장 민간인 최고 책임자인 예술인진흥회장을 8년간이나 맡았다.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국립극장은 150억의 예산과 민간후원금으로 13가지 국악교육을 실시해 3,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임권택 감독과 함께 사진찍은 사진첩을 보고 있다
임권택 감독과 함께 사진찍은 사진첩을 보고 있다

판소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도록 유네스코를 세차례 방문하는 노력으로 판소리가 유네스코에 등재되는데 한몫했다. 그렇다 보니 2년간 세계문화유산 판소리 초대상임이사를 맡기도 했다.

또, 장흥군에 전통가무악전국제전 유치에 큰 역할을 했으며 2019년 장흥물축제 개막식 판소리공연에 박애리 명창과 고수로 합을 맞춰 판소리 실력을 군민들에게 선보인 바 있다.

국악계에 중책을 맡은 이유에 대해 김 선생은 “프로가 아니면서 판소리를 좋아하고 사랑하니 국악인들과 유대가 돈독하고 교류가 활발했기 때문일 것이다” 고 설명했다.

김규문 선생은 사업가로서도 성공한 사람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있는 김규문 선생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있는 김규문 선생

김 선생은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비바샵‘이라는 바다장어껍질을 활용해 만든 핸드백과 지갑을 제작해 수출하는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했다. 또한, 서울 강남에서 최초로 갈비집을 운영해 성공하는 등 사업수완도 뛰어났다.

김 선생을 아는 지인들은 어느 누구나 “근면 성실한 분이다” 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렇다 보니 사업이든 판소리 공부든 빛을 발하는 것 아닐까 싶다.

이제는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고향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지만 국악과의 인연은 놓지 않기 위해 명창들과 교류하고 있다. 또한, 판소리를 잊어먹지 않기 위해 매일 새벽에 일어나 1시간 가량 창을 한다.

이렇듯 판소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고 있다.

김 선생의 자신의 고향인 장흥 안양 수락리에 국창 안숙선, 조상현 명창을 모시고 공연과 소리 공부를 하는 것이 유일한 꿈이다고 한다

김규문 선생 판소리 시범
김규문 선생 판소리 시범

김규문 선생은 “판소리의 소리꾼과 고수는 하루 아침에 다듬어지지 않는다”며 “판소리 득음의 장소로 최적지인 수락리에서 국창인 안숙선 조상현 명창을 모시고 공연과 소리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장흥 안양 수락리가 소리 공부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자랑한다. ‘수락(水落)’이란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물이 떨어지는 곳이 마을 정자나무 바로 앞에 있다.

또한 마을 뒷산에도 물이 떨어지는 장소인 ‘샘계’가 있어서 소리 공부하기에는 천혜의 장소라는 것이 김 선생의 설명이다.

이같은 설명을 뒷받침하듯 표현한 사람이 있다. 자신과 13~14년전 3일 동안 판소리를 같이 공부했던 적이 있었던 안숙선 명창이 2018년도에 와서는 이곳 샘계에서 소리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밝힐 정도였다고 한다.

김규문 선생 고향 자택 연못가에서 명상을 즐기고 있다
김규문 선생 고향 자택 연못가에서 명상을 즐기고 있다

김 선생이 평상을 만들어 논 샘계에 대한 소문을 듣고 장흥군에서 지난해 ‘안숙선 명창 소리 연습소’란 이름의 정자를 지어줬다고 한다.

또, 수락리는 예전에 조상현 명창의 스승인 정응민 명창이 소리를 하고 싶으면 경치와 풍광이 좋은 곳이라며 와서 창(唱)을 했었다고 한다. 이처럼 수락리는 득음의 장소로 검증된 것이 아닐까 싶다.

김규문 선생은 “영국에 비틀즈 거리는 있어도 처칠 거리는 없는 데서 알 수 있듯 문화의 힘은 대단하다” 며 “그 나라가 아무리 잘 살아도 문화가 뒤떨어지면 후진국일 수 밖에 없다” 고 문화의 위상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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