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 계량기와 선율

오대환 시인

2018-04-02     장강뉴스

물새 한 마리 날아와
날개에 물을 바르듯
수도 검침원이 음악을 듣는다

뉴에이지 피아노 콘서트 중
베토벤 바이러스
바람의 빛깔이 흐르는 동안
계량기 검침이 끝나고

피아노 소리 나는 이 댁은
수돗물 사용 전월과 동일

문득
계량기가 멈춰 있으면
고독사나 자살이 아닌가
시체 썩는 최악의 사고
두근거리는 감시의 바늘이
문득 문득

바쁜 발걸음 멈추고
귀가 쫑긋해지는 봄날
수도 계량기와 피아노 선율 사이로
늦은 동백꽃 지는 구나
또 지는 구나

▲ 오대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