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천년고찰을 찾아서-)동양 3보림 중 하나 장흥 보림사
철조비로사나불 국보 지정…불교 미술 가늠
외호문 등 빼고 한국전쟁 당시 20여동 소실
장흥군 보림사는 유치면 가지산 계곡 (봉덕리 45번지)에 위치한 고찰이다.
이 사찰은 동양 3보림 (인도·중국·한국)의 하나로 우리나라에 선종이 가장 먼저 들어와 정착된 곳이다. 이곳에 원표대덕(元表大德)이 터를 잡을 당시인 759년에는 초암(草庵)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 듯 하며, 연기설화(緣起說話)가 이곳을 찾는 이들을 흥미롭게 하고, 곳곳에 그와 관련된 땅 이름이 남아 있다.
옛 모습의 보림사는 웅장하고 수려한 모습이었으나 조선시대 숭유억불책(崇儒抑佛策)으로 쇠락하다가, 한국동란 병화(兵火)를 겪기도 하였다.
현재 보림사에는 철조비로사나불 (鐵造毘盧舍那佛)등의 국보와 보물, 지방문화재가 남아 있어 역사의 흐름과 우리나라의 불교 미술사를 엿볼 수 있다.
창건설화
신라의 명승 원표대덕이 인도 보림사, 중국 보림사를 거쳐 참선중 한반도에 서기가 어리는 것을 보았다. 그는 신라로 돌아와 전국의 산세를 살피며 절 지을 곳을 찾았다. 어느날 유치면 가지산에서 참선을 하고 있는데 선녀가 나타나더니 자기가 살고 있는 못에 용 아홉마리가 판을 치고 있으므로 살기 힘들다고 호소해왔다.
원표대덕이 부적을 못에 던졌더니 다른 용은 다 나가고 유독 백룡만이 끈질기게 버텼다. 원표대덕이 더욱 열심히 주문을 외었더니 마침내 백룡도 못에서 나와 남쪽으로 가다가 꼬리를 쳐서 산기슭을 잘라놓고 하늘로 올라갔다.
이 때 용꼬리에 맞아 파인 자리가 용소(용문소)가 되었으며 원래의 못자리를 메워 절을 지었다. 보림사 주위에는 용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보림사는 통일신라 구산선문 가운데 가지산문의 종찰로서 고려말까지 선맥이 이어져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 스님도 가지산문에 속했다.
고려시대는 원응국사와 공민왕의 왕사인 태고 보우국사가 주석하여 선종을 진작시킨 큰 절이었고, 그후 여러차례 중창과 중수를 거치며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던 보림사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외호문과 사천왕문을 빼고 20여 동의 건물이 모두 불타버렸다.
1950년 가을 전남 지역의 공산군 유격대가 보림사에서 한 겨울을 났는데 다음해 봄 군경토벌대는 '공비들의 본거지'라고 보림사에 불을 질러버렸다고 한다.
전쟁 이후 조금씩 복원되어 현재는 건물로 외호문과 사천왕문, 1998년에 복원된 대적광전, 대웅전, 새로 지은 방각과 요사조사전, 삼성 각, 명부전, 주지실, 암자 등이 절터를 채우고 있으며, 담장도 말끔히 둘렀다.
보통 마귀를 발로 짓밟고 있는 형상이지만 이곳의 사천왕상은 눈이 동그란 마귀가 동방지국천왕의 발을 들어 받들고 있다. 눈동자도 그려넣은 것이 아니라 갈색유리로 만들어 붙여 특이하다.
한편 1995년 2월에 보림사 사천왕상의 몸안(무릎과 발등)에서 고려말과 조선초의 국보급 희귀본을 포함해 고서 250여 권이 발견되어 당대의 인쇄문화와 언어, 사회상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거기에는 임진왜란 이전의 언해본들이 무더기로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일주문과 사천왕문을 지나 오른편에 최근에 지어진 종루가 있고, 정면에 동서쌍탑과 석등을 앞세운 대적광전이 있다. 쌍탑과 석등, 대적광전 안에 있는 철조비로사나불이 모두 신라 때의 것으로,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대적광전은 원형대로 복원(52평)되었으며, 외호문과 사천왕문을 지나 대적광전으로 이어지는 남북중심축과 직각을 이룬 곳 동쪽에 대웅전이 있다. 현재의 대웅전은 옛주춧돌 위에 예전의 모습을 복원한 것인데, 정면5칸, 측면4칸의 팔작지붕집으로 겉보기에는 2층이나 내부는 통층이다.
그 뒤편으로 비스듬히 돌아 조금 떨어진 곳에 보조선사 체징의 부도와 비가 있다.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는 비와 부분 손상된 부도는 모두 보조선사 입적 후 세워졌으며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밖에 절 앞마을 뒤 잡목 숲 안에 있는 동부도와 절에서 서북쪽으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서부도들이 선종 대가람 보림사를 빛내주고 있는 유적들이다. 보림사 마당 한가운데는 늘 일정한 수량을 유지하는 약수가 있다.
한국자연보호협회가 한국의 명수로 지정한,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좋은 물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