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 찾아가는 어머니 한글학교 ‘가을 운동회’
한글학교 300여명의 어머니들 추억 만들어
2017-09-28 임영관 기자
한창 공부할 나이에 여자라는 이유 혹은, 경제적인 사정으로 교육을 받지 못한 세월 속에서 공부하고픈 한을 녹이는 한글학교 어머니들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그동안 공부방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선생님과 함께 한글도 배우고, 산수도 배우고, 신나는 노래도 배웠지만, 화창한 가을 날 운동경기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들의 운동회를 축하해주기 위해 강진원 강진군수를 비롯해 각급 기관단체장 등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운동회는 큰 공 굴리기, 돼지몰기, 고무신 멀리차기 등의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나눠 진행됐다. 공 넘기기, 색 카드 뒤집기, 줄다리기, 박 터트리기를 한 후 면 대항으로 이어달리기 경기로 행사를 마무리 했다.
칠량면 학동마을 한글학교 허인정 학생대표는 “어릴 적 친구들의 운동회를 부러워했는데 이렇게 좋은 날 나이 먹은 친구들과 재미있는 경기를 함께하니 이제 부러운 것이 하나도 없다”며 “아직까지 마음속으로만 공부하겠다고 다짐하는 친구분들이 한글학교에 입학하기를 바라고, 군에서 운동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강진군은 운동회 진행 중 연로하신 어머니들의 안전사고에 대비해 구급차와 의료요원을 대기토록 했으며 교사, 마을이장, 자원봉사자 등의 도움을 받아 300여명의 어머니 학생들이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힘썼다.
찾아가는 어머니 한글학교는 2009년부터 여성농업인 문해교육을 위해 읍면의 각 마을회관에서 실시하고 있다. 6명의 전담교수가 한글, 사칙연산, 치매예방 노래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여성농업인 뿐만 아니라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다문화 여성 300여명이 24개 마을에서 4년 과정의 교육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