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석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 160

신작시 - 내 마음의 현판, 산호벽수珊瑚碧樹

2026-09-19     장강뉴스

모든 게 영원한 게 없다는 걸 
현판 하나만으로도 
이해가 가고 오는 것을 
뉘나서가 아니라 
시대에 맞게 바꿔 걸어야지          
그 동안 과골삼천踝骨三穿으로          
그 이전에는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로  
재미를 톡톡히 봤으니 
이제는 산호벽수로 바꿔 걸어야지    
뜻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내 마음의 현판을 
해마다 바꿔 건 적도 있지   
옛 현판은 누더기처럼 버리지 않고 
필요하면 언제든 다시 걸기 위하여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내 마음의 수장고에 잘 보관해 두었지
대정현에 위리안치圍籬安置된 추사의 벼루가 
몇 개나 닳아졌는지   
동암에 똬리 튼 다산의 복사뼈가
구멍이 몇 개나 뚫렸는지 
다 비유인 것을  
이순의 강을 건너기 전에 
산호벽수로 바꿔 걸어도    
탈이 나지 않을까           
다산과 추사를 오고가도
아직은 내게 시비 거는 사람이 없지
나뭇잎 물드는 이 계절엔
산호벽수마저 물들도록 해야지  

* 산호벽수珊瑚碧樹: 산호벽수는 산호 가지와 벽수(碧樹) 가지가 서로 어울려 아름답고 융성하기를 바라는 뜻이다.
* 과골삼천踝骨三穿: 다산은 공부를 열심히 하여 복사뼈가 방바닥에 닿아 구멍이 세 개나 뚫렸다고 한다.   
*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 추사 김정희의 서예 작품 중에 '殘書頑石樓'가 있다. 비문碑文이 새겨진 깨진 돌을 서재에 갖다 놓고, 그 방의 이름을 殘書頑石樓라 불렀다. 잔서는 남아 있는 글씨이고, 완석은 그 글씨를 아직까지 붙들고 있는 고집스러운 돌이라는 뜻이다.
*위리안치圍籬安置: 유배된 죄인을 가시울타리 안에 가두어 거처하게 하던 형벌이다..
* 오래 전 그러니까 이순의 강을 건너기 전에 쓴 시를 찾아냈다.  

김재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