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석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 158

신작시 - 정담(靜潭)에 대한 몽상

2026-09-07     장강뉴스

연못이  
배롱나무들을 
사병처럼 거느리고 있다고 하면 
배롱나무들이 인상을 구길 것이다 

배롱나무들이 
연못을 포위하고 있어 
연못이 촉을 못 쓴다고 하면
연못이 인상을 구길 것이다  

배롱나무들이 
사병이란 말을 듣기 싫어  
연못 주위를 떠나 다른 데로 간다면 
연못은 그야말로 별 볼 일 없어질 것이다 

연못이 
배롱나무들에게 
포위되어 있다는 말을 듣기 싫어 
연못이 자신을 메꾸어 버린다면 
배롱나무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언제나 
연못과 배롱나무가 의기투합하여
그야말로 진풍경을 낳는데 
배롱나무와 연못을 이간질하는 
몽상을 하다니 

* 정담(靜潭): 장흥읍 평화리 고씨 집안의 원림(園林)인 무계원(霧溪苑)에 있는 연못 이름이다.

김재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