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석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 157
신작시 -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춘다고 해서
2026-08-28 장강뉴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춘다고 해서
고민이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사내는
아폴론보다
디오니소스를 가까이한
사내의 이름은
광기(狂氣)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출 때
사내가 부른 노래는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로 시작하고
자 우리 떠나자 동해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로 끝나는
고래사냥
고래사냥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여럿이 하는 건데……
고래사냥을 하려면
포경선을 타고
동해바다로 갈 일이지
도시의 밤거리에 둥지를 튼
노래방에서
고래를 잡을 생각을 하다니,
안이하게
간밤에 꾸었던 꿈이
아침에 일어나면 잊혀지듯이*
아폴론보다
디오니소스를 가까이한
사내의 꿈이
술에서 깼을 때
잊혀졌을까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춘 뒤
고민이 해결되기는커녕
밝힐 수 없는 사연으로
고민이 더 깊어진
광기라는 사내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춘다고 해서
고민이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보고 나서야
깨달은 사내는
삼류다
* ‘고래사냥’이라는 노래에서 차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