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시인 - 시

아버지의 쌀자루

2016-06-20     장강뉴스 기자

자취하는 아들에게
가을걷이 끝나면 바로
쌀 한가마를 세 자루로 나누어
짐빨 자전거에 10리길
천일화물로 1000리길
수많은 화물 더미 속에서도 바로 찾을 수 있도록
커다랗게 받는 사람 ‘이동규’라 써 있었다.

쌀 한 톨 흘릴까봐 칭칭 동여맨 쌀자루에서는
아버지의 땀방울로 가득 찬 고향 들판이 하얗게 웃고
텃밭의 별 품은 콩 주머니, 팥 주머니가 보물처럼 들어있다.
그리고 봉지들 한 구석에는
할머니랑 잘 지낸다고
너는 잘 지내느냐고
콩이나 팥은 밥하기 전에 미리 물에 담갔다가 넣으라고
그리고는 나서는 바로
건강히 지내거라 하며 끝나버리는 항상 같은 내용의 편지 한 통

이젠 택배 세상이지만
아가리를 꽉 동여맨 자루만 봐도
“동규야 잘 지내냐? 건강히 잘 지내거라. 나는 잘 있다.”
라시던 아버지 목소리가 생생하게 달려온다.
세월이 아무리 흐른다 해도
고향 보름달과 함께
자전거에 실려 보낸 아버지 마음이야 어디 가랴

▲ 이동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