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공정한 기회와 결과를 보장하는 전남형 기본소득이 되어야
서정란 진보당 장흥지역위원장
지난 3월 19일 전남도의회에서는 전남도가 제출한 「전라남도 기본소득 기본조례안」이 통과 되었다.
심의과정에서 반대토론에 나선 박형대 도의원은 반대 이유를 첫째, 이 조례안은 실질적으로 시범사업 조례로 기본소득의 재원과 지급 시기가 빠져있고 비용추계도 시범사업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 둘째, 영광군과 곡성군에 시범사업을 실시하기 위해 엉터리 연구용역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기본소득의 본래 가치관을 벗어나 불공정한 기본소득을 열어주는 조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최근 [기본사회를 위한 위원회]를 출범하며 ‘공정한 기회와 결과를 보장하는 사회’를 강조했다. 기본소득의 주된 목적도 사회 양극화를 최소화하는데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남도가 전남형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은 정치적 목적에 급급해 기본소득 기본 정신과 목적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나아가 기본소득 제도에 대한 원론적 문제 제기도 하고 싶다.
유력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청년기본소득·농민기본소득·장애인기본소득·예술인기본소득 등 수정된 형태의 기본소득 제도를 실시하면서, 기본소득이 복지정책으로 인식되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엄격히 말해 복지정책이라기보다 경제정책에 가깝다.
기본소득은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의 원칙에 따라 국민에게 일정 비용을 일괄 지급하고, 추후 국세, 간접세 등의 납부를 통해 갚아 내는 것이 기본적인 설계이다. 다시 말해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동일하게 일괄 지급하고 추후 경제력과 소득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함으로써 부의 재분배에 기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의 시행을 위해서는 조세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최근 이재명 대표가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한 것도 조세 제도 개혁이라는 큰 산을 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컸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민주당은 전남에서 에너지 기본소득, 광풍(光風)연금 등 전남 시군에 풍력, 태양광 개발을 통한 이익 공유의 방식으로 기본소득을 하겠다고 한다.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고심 속에 제안되었겠으나, 송전선로 부족으로 오는 2031년까지 전기사업허가가 중단된 상황에서 이 또한 자칫 희망 고문에 그칠 우려가 큰 현실이다.
‘기본소득’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들여다보면 현재 전남도가 추진하는 전남형 기본소득은 오히려 그 규모에서 있어서는 최근 전남 10개 시군에서 시행한 ‘민생 회복 지원금’에 가까워 보이며, 그 내용과 목적에 있어서는 ‘지역소멸대응기금’과 유사성을 보인다.
전남도가 발표한 ‘전남형 기본소득 시범 도입 연구용역보고서’에서도 전남지역의 지속적인 인구감소와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으며, 추후 지방소멸 위험지역으로 선정된 전남 16개 군에 시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전남지역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남형 기본소득의 기본 취지에는 필자도 적극 공감한다.
그러나 굳이 그런 성격의 제도라면 코로나 때부터 지급된 ‘재난지원금’, ‘민생회복지원금’ 등을 통해 경제 활성화 및 민생회복 효과가 확인된 바 있지 않은가? 굳이 ‘기본소득’이라는 명칭을 고수하며 시범사업까지 해 멀리 돌아갈 것 없이 바로 전남 전 지역에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면 될 일이다.
지난 설 명절을 전후로 전남의 10개 시군은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고, 당시 지급받지 못한 시군에서는 소외감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도민들의 요구에 맞게 기초단체와 협력하여 전 도민에게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전남도가 우선해야 할 일이며, 그것이 이 제도의 효과성을 검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범사업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교부세로 배분되고 있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지자체 자율적 사용 확대를 위해 힘써야 한다. 낮은 수준인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집행율과 효과성을 높이는 해법은 ‘집행을 잘하면 더 주고, 못하면 덜 준다’는 압박의 방식이 아니라, 지방교부세 본 성격에 맞게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에 사용하도록 허용하는데 있을 것이다.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제도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의 요구이다. 그리고 그 제도는 도입과정에서부터 공정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우리 전남도민은, 불공정과 반민주주의의 상징인 윤석열의 파면 이후에 펼쳐질 공정하고 평등한 민주주의 사회를 꿈꾸며 추운 겨울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런 도민을 대표하여 대선주자로 나서겠다는 민주당 김영록 지사가 이처럼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이라도 도민의 뜻을 받들어 공정한 기회와 결과를 보장하는 전남형 기본소득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