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문화공작소, 안삼환 서울대 명예교수 인문학 강좌 개최

동학, 다시 개벽의 정신과 문학…13일 오후 7시, 천도교장흥교당

2025-03-05     임순종 기자

 

(사)장흥문화공작소(이사장 문충선)와 장흥교육희망연대(대표 최경석), (사)장흥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이사장 고재국)는 오는 13일 오후 7시 천도교 장흥교당에서 안삼환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의 인문학 강의를 개최한다.

이번 강의는 두 차례에 걸친 ‘한강 낭독의 시간’이야기 손님으로 힘을 보탠 비평가 임우기 씨가 안삼환 교수에게 장흥 동학의 역사적 의미와 문학적 열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성사되었다.

이번 강좌는 안삼환 명예교수를 비롯하여 장흥 출신 언론학자이자 소설《등대》의 저자인 김민환 고려대 명예교수, 한양대 명예교수인 윤석산 천도교 교령이 동행한다. 김민환 명예교수는 현재 장흥 동학을 주제로 완도 보길도에서 작품을 집필 중이다.

안삼환 명예교수는 대학에서 오랫동안 괴테, 토마스 만 등 독일의 문학작품을 번역하는 한편 독문학 관련 저술에 힘써왔다.

1966년 〈사상계〉소설공모에 응모했다가 데뷔에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도동 사람〉은 그로부터 60여 년 만에 태어난 혼신의 흔적이라 하겠다.

창작의 계기는 이렇다. 고등학교 2학년의 청년은 토마스 만의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을 읽게 된다. 거기에 나오는 부덴브로크가의 몰락을 보고 그는 자신의 집성촌에서 벌어진 좌우 갈등의 질곡과 겹친다고 직감한다. 청년은 언젠가는 반드시 소설로 형상화하리라 결심한다.

내용은 해방 직후부터 한국전쟁 중에 겪은 경북 영천 도동마을의 광주 안씨 완귀공파 집성촌에서 태어난 주인공 안동민의 생애다. 60여년 동안 풀어낸 어떤 울혈의 고백인 셈이다.

비평가 임우기 씨는 ‘개벽’ 정신을 바탕으로 동서양의 근대적 주요 사상을 회통會通(=不二)하는 동시에 한국인의 불행한 근대사와 근대성을 돌아보고 이를 극복함으로써 ‘새로운 개벽적 시민의식’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 그리고 이 땅의 전통적 생활문화에 속하는 ‘귀신’의 존재와 그 뿌리 깊은 민속民俗적 의식을 소설 속의 인물과 서술자를 통해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주체적이고 독창적인 소설양식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열었다는 점에서 실로 경이로운 문학적 사건으로 평가했다.

나아가 비평가의 시선은 〈광장〉의 작가 최인훈의 말년작인 〈화두〉와 비교될 뿐 아니라. 개벽 사상이 우리 시대 지성계의 화두가 된 시각에서 보면, 더 높은 사상적 담론들을 품은 소설 정신-‘개벽적 현실주의’ 소설정신이라 명명할 수 있는-의 경지를 보여주는 점에서 뜻깊은 한국문학사적, 세계문학사적 성과로까지 확장한다.

김민환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안 교수의 〈바이마르〉를 읽고 깜짝 놀랐다. 그의 소설과 나의 소설이 거의 같은 틀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안 교수의 소설 〈바이마르〉는 이야기가 두 개의 트랙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바이마르 정신과 동학 정신이 만나가는 경로고, 다른 하나는 한국 사람 최준기와 독일 미인 클라라가 다가가는 경로다. (중략) 이야기 전개의 틀만 같은 것이 아니다. 하고자 하는 말이 같다. 나는 이쯤에서 동학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등대》를 썼다. 동학의 핵심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사상이다. 어떻게 해서 사람이 하늘일 수 있는가? 사람이 스스로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할 때 하늘이 될 수 있다. 사람이란 누구인가? 바로 ‘나'다. ‘나'를 펼치면 백성이 되고, 그 백성을 묶으면 민족이 된다. 내 소설에서 서 훈장은 주인 된 나, 주인 된 백성, 주인 된 민족으로 거듭날 때, 개벽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는 다시 그 개벽의 길을 재음미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주장한다.

한편 안삼환 교수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최근에 출간된 김민환 교수의 장편소설 〈등대〉를 읽다가 나는 이것이 일종의 ‘동학 이야기’인 것에 깜짝 놀랐다. 최근에 나온 나 자신의 소설도 ‘동학’을 다룬 이야기이기에 그냥 우연이라 치부하고 넘어가기보다는 ‘그 우연에 숨어 있을 어떤 필연성’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그것은 망국과 일제강점기, 동족상잔과 분단, 군사독재와 산업화와 세계화 등 수많은 파고를 넘어온 지난 한국사 150년에 대한 우리(그와 나의) 세대의 공통된 성찰의 소산이 아닐까 싶다.”고 서로의 지향점을 확인한 바 있다.

안삼환 교수는 2024년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한강이 선정되자 같은 달 21일자 교수신문에 <비극의 토양에서 피어난 한 송이 연꽃>이라는 제하의 글을 실었다. “일제강점기가 끝나자 한국은 분단과 좌우 갈등, 그리고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었으며, 연이은 독재자들의 억압에 항거하다가 수많은 희생자가 생겨났다. 일본 현대문학이 평화시대를 구가하며 아시아적 정서를 대표하는 우아한 교양인의 문학으로 성숙하는 동안, 한국문학은 연속되는 민족적 비극의 늪에서 헤매지 않으면 안 되었다. (중략) 이번에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위원회가 피땀 어린 한반도, 이 비극의 토양에서 작품을 거두어 낸 작가 한강에게 2024년도 노벨문학상을 수여 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동안 다소 실추했던 노벨문학상의 권위를 오랜만에 회복해 낸 훌륭한 선정으로 판단되며, 한일 관계로 좁혀 볼 때는 비극적 우리 역사의 행복한 문학적 대반전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비단 작가 한강 개인의 영예일 뿐만 아니라, 고난의 길을 걸어온 한국문학 전반에도 승리와 영광을 안겨주면서, 결국 우리 한국인 모두에게 자긍심을 되돌려 주었다.”며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에 이어 일본의 세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어 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성에 견줄 때, 한국적 비극을 다룬 한강의 작품들이 더욱 찬연히 빛난다고 말한다.

안 교수의 판단에 따르면 무라카미의 작품에 등장하는 어떤 요소들 예컨대 식도락, 음악 감상, 바에서 술 마시기, 교양 여행 등의 일본적 정서가 마치 아시아적 심미안을 대표하는 것처럼 행세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강은 〈소년이 온다〉나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영매적(靈媒的) 감정이입과 초인적 분투’를 담아 인류 문명사적 견지에서 훨씬 높은 경지의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소설가 이청준은 안삼환 교수의 서울대 독문과 2년 선배다. 안삼환 교수는 〈괴테, 토마스 만 그리고 이청준〉(2014)에 게재한 <토마스 만과 이청준>이라는 작가론에서 이청준이 토마스 만의 문학을 체화한 것이 그의 작품에서 어떤 식으로 드러나는지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작가 이청준이 고향의 노모와 각박하고 가난한 서울 생활, 박정희 군부독재의 암울한 상황에서 〈토니오 크뢰거〉처럼 ‘희극과 참상’을 직시하느라 힘겨웠을 것이라 진단한다. 이청준과 김민환 그리고 한강까지의 관계를 놓고 봤을 때 안삼환 교수는 장흥 동학과 벌써부터 운명적인 인연이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안삼환 교수는 ▲현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학사(1966), 동 대학원 석사(1971), 독일 본Bonn대학 박사(1975) ▲연세대 독어독문학과(1976~1991) 및 서울대 독어독문학과(1991~2010) 교수, 한국괴테학회장, 한국토마스만학회장, 한국독어독문학회장, 한국비교문학회장, 한국훔볼트회장, 한독문학번역연구소장, 제2외국어교육정상화추진위원장,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인문정책위원장 등 역임 ▲저서 ≪괴테, 토마스 만 그리고 이청준≫(2014), ≪한국 교양인을 위한 새 독일문학사≫(2016) 등 ▲역서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1, 2≫(1995), ≪토니오 크뢰거≫(1998), ≪텔크테에서의 만남≫(2005), ≪젊은 베르터의 괴로움≫(2019) 등 ▲최근작 ≪바이마르에서 무슨 일이≫(2024), ≪괴테의 『파우스트』 읽기≫(2023), ≪도동 사람≫(2021) 등 ▲제3회 한독문학번역연구소 번역문학상(1996), 한국일보사 한국출판문화상(번역부문, 1997), 야콥 및 빌헬름 그림상(독일학술교류처, 2012), 십자공로훈장(독일연방공화국 대통령, 2013). PEN번역문학상(국제PEN한국본부,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