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표 소설가의 신작 대하소설 『흐느끼는 하늘과 땅』 연재2

2025-02-19     장강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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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룻도리 앞에 있는 상 위에는 삶은 돼지머리가 놓여있었다. 돼지의 벌려진 입에는 돈이 가득 물려졌다. 주변에는 떡과 과일이 담긴 접시도 보였다.

하얀 쌀밥이 가득 담긴 젯메그릇을 가져다 놓았다. 가족이 잘되고 번성하고 부자가 되라는 고사를 준비하였다.

하늘에서는 태양이 찬란한 빛이 흩뿌려 축복해주었다. 집 안에는 따뜻한 햇볕이 행복처럼 가득 담겨졌다. 바지랑대로 받혀놓은 빨랫줄에는 재비들이 앉아서 즐겁게 지지배배 노래하며 지켜보았다.

“나주양반, 복달라고 술을 올리고 절하시요.”

목수는 제상을 차려놓고 옆에 서있는 운현을 바라보았다.

“나는 고사 같은 것은 싫어해요.”

운현은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저쪽으로 피했다.

“아버지 대신 둘째 아들인 진표가 대신해서 지내야지?”

인동양반이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쪽에 서성이고 있는 진표를 향해 소리쳤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진표는 고개를 돌리며 빙긋이 웃으며 두런거렸다.

“셋째아들 석표가 아버지를 대신해야지?”

강진양반은 음식을 나르며 심부름하는 셋째아들 석표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무얼요?”

석표는 기둥처럼 서서 돌아보았다.

“상에 술 한 잔 올리고 큰절해야 복 받지.”

용산양반은 너스레를 떨었다.

“미신 같아서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석표는 손사래를 쳤다. 그릇을 가지고 저쪽으로 가버렸다.

“성주 신에게 복을 달라고 빌어야 자손이 잘되고 번성하며 부자가 될 텐데….”

“그렇지 않아도 복을 많이 주실 테니 마당으로 가서 술이나 한 잔씩 해요.”

운현은 지켜보다가 입술을 빨며 마당으로 가버렸다.

“이 집은 완전히 현대식 집안이네. 그럼 내가 대신해서….”

목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빙긋이 웃었다. 어쩔 수 없어 상 앞으로 다가갔다. 자신이 집을 짓고 있기 때문에 예를 갖추어 고사를 지내야 할 것 같았다. 상 위에 막걸리를 한 잔을 놓았다. 곱게 큰절을 올렸다.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상량을 하려고 형식적으로 구색을 맞추는 것뿐이었다.

“우리 집은 원래 그런답니다.”

석표는 언제 왔는지 다가와 지켜보며 빙긋이 웃었다. 목수의 잔심부름을 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이었다.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고사지낸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일부러 미신을 불러드리는 것 같아 싫어했다.

“목수가 고사를 지내는 집은 이 집이 처음이여.”

목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투덜거렸다. 복을 받아야 할 텐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마룻대를 올릴까요?”

석표는 목수의 눈치를 살폈다. 빨리 끝내고 싶었다.

“돈 걸고 그네를 타고 해야 하는데 그냥 상량하자고?”

목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네 탈 사람도 없어요.”

석표는 고개를 저었다.

“자식들이 일곱 남매라고 하던데. 손자들도 많고?”

“대표로 자식 둘이….모두 타관에 살아서….”

석표는 목수에게 눈짓을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마룻도리를 올리려면 누군가 도와주어야 하는데?”

목수는 토를 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리번거리더니 대들보에 걸쳐있는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도와줄게요.”

회촌양반은 달려들어 마룻대 양쪽 끝부분에 기다란 무명베를 묶었다.

“조심스럽게 올려요.”

목수는 마룻보에 세워진 마룻대공을 붙잡고 소리쳤다.

“잠시만 기다려요. 내가 올라간 다음에.”

회촌양반은 사다리를 반대편으로 옮겨놓고 원숭이처럼 종량 위로 올라갔다.

“이 집은 천년은 갈 거야!”

목수는 누군가 올려준 무명베를 끝을 잡고 당겼다.

“만년은 가야지요.”

회촌양반이 장단을 맞추었다. 무명베를 잡아당겨 마룻대를 종량에 세워진 종대공 위에 걸쳤다.

“나무망치로 함께 처서 마룻도리를 동자에 박아 넣읍시다.”

목수는 나무망치를 들었다.

“그러죠.”

회촌양반은 함께 맞추어 망치로 두들겼다.

“탕탕, 탕탕….”

양쪽에서 동시에 마룻대를 두드렸다. 마룻도리는 종대공 속으로 밀려들어갔다. 파란 하늘에서는 흰 구름이 지나가다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밭에서 나온 참새들이 감나무 가지에 앉아 짹짹거렸다. 뒷동산 산등성이에서는 송홧가루가 날렸다. 제비들은 신명나게 날아다니며 조잘거렸다.〈다음주에 계속〉

홍인표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