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82
신작시 - 허공에 매달린 무덤들
2024-12-02 장강뉴스
구름을 읽는다
이국 문자로 적힌 오래된 책
구름 문자를 읽으려다 보면 문맹이 된다
활자공장에서 활자들이 쏟아지듯
구름 활자들이 쌓였다가 흩어진다
별이 죽고 다시 구름이 만들어지고
멀리서 태어나는 것들은 잡을 수 없다
상수리나무 숲으로 그가 들어간 뒤부터
숲보다 먼 곳을 바라볼 때가 많다
내가 아는 문자로 구름을 읽으려 했다 그건
내가 그를 이해했던 방식
노고지리 울고 매미가 울고 쓰르라미 울고
울고 울고 울고
생각을 구긴다 뭉친 휴지가 축축하다
고깃고깃 손에 잡힌 건 눈물만이 아니다
왜 우는 것들은 온몸을 걸레처럼 짜면서 소리를 내는 것 같지?
꽃핀 줄도 몰랐는데
상수리나무에는 어느새 열매가 맺혀 있다
어떤 열매는 보이지 않는 너머로 갔을 것이다
너머에 구름이 있고
별이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