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시 - 오대환 시인

울고 있는 화석化石

2015-11-30     장강뉴스 기자

지적지적 가을 비 내리고
휙 바람까지 불더니
젖은 은행 잎 하나
빨간 우체통에 앉았다

샛노란 은행 잎 새에
수많은 사연 쏟아 내리는 날
행단杏壇이 보낸
빠른우편 한 장 받는다

발신, 서울 광장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 쪽으로 가다 길이 막혀
아, 진노와 절규로 얼룩진
헤드라인 영상들

벌레 먹은 은행잎을 본 적 없어
선비 나무요
결실 연령이 길어
공손수公孫樹라면서, 오늘도
살아 있는 화석化石처럼 서있구나
은행나무 건너 광화문光化門아, 너도
살아 있는 화석처럼
공손문公孫門이 되어라

우리 선조들이 성균관을 찾아
은행나무를 심을 때는
은행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천만년 영원할 것을 기원하였느니
사랑이 강물 같은 광화문아
울고 있는 화석의 편지를
만홀漫忽히 여기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