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5천만원에 낙찰된 다산 정약용 ‘하피첩’ 공개
2015-10-19 임순종 기자
가족을 향한 애틋함…보물 제1683호 지정
궁중 여인들 입던 법복 하피 따서 ‘하피첩’
하피첩은 붉은 노을빛 치마로 만든 서첩이란 뜻으로 1810년 정약용이 귀양지인 전남 강진에서 부인이 보내준 치맛감에 아들을 위해 쓴 편지를 모은 것으로, 가족을 향한 애틋함과 부정이 잘 표현돼 보물 제1683호로 지정되어 있다.
“내가 강진에서 귀양살이할 때, 병든 아내가 낡은 치마 다섯 폭을 보내왔다. 이를 잘라 조그만 첩(帖)을 만들고 훈계하는 말을 써서 두 아들에게 준다. 훗날 이 글을 보고 부모의 흔적과 손때를 생각한다면 틀림없이 그리운 감정이 뭉클하게 일어날 것이다”
조선 실학의 대가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이 1810년 7월 강진 유배지에서 쓴 ‘하피첩(霞피帖)’의 한 구절이다. 책 이름은 궁중에서 여인들이 입던 법복(法服) 하피를 따서 하피첩이라고 지었다.
그해는 다산이 경기 남양주 본가에서 강진으로 유배를 떠난 지 10년째 되던 해였다. 오랜 세월 다산과 그의 가족은 서로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다산의 부인 홍 씨는 그에게 시집을 가면서 입었던 붉은 치마(紅裙·홍군)를 인편을 통해 보냈다. 부부의 젊은 날,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남편에 대한 애틋한 정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다산은 아내의 뜻을 헤아려 치마를 서책 크기로 자른 뒤 그 위에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글을 남겼다.
가까이에서 살펴본 하피첩은 여인의 치마를 사용한 책답게 비단에 바느질을 한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두 아들과 손자를 위해 총 네 권의 서책을 쓰다 보니 치맛감으로 모두 감당할 수가 없어 책 중간에 종이도 들어 있었다. 구름무늬에 박쥐를 그린 푸른색 표지의 한 권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표지와 내지를 합쳐 총 네 쪽에 걸쳐 당시 고급 종이로 통한 푸른색의 중국산 시전지(詩箋紙)를 특별히 사용했다.
민속박물관은 4개월의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하피첩을 내년 2월쯤 일반에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