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시 - 잔묵殘墨

오대환 시인

2019-02-19     장강뉴스

주인 처분만 바라는 잔묵이야
그냥 버릴 수도 있는 일
말라빠지게 그냥 둘 수도 있는 일
새벽 공기 받으며
긴 시간 갈고 간 먹물인데
잔묵 보다 진한 게 없네

잔묵은 항상
주인에게 말이 없으나
잔묵 만큼 고운 게 없지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검은 색이 희게 될 때 까지
한 방울도 버리지 못할 겁니다

먹꽃 피우는 사람은
두 번 다시 못 만날 것 같은
두근거리는 잔묵 이야기를 듣게
잔묵으로 꽃 피우는

▲ 오대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