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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강뉴스 기자
  • 승인 2015.02.0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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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철 주필

조합장 선거, 조합원들의 의식(意識) 변화가 우선이다.

▲ 김홍철 주필
을미(乙未)년이 밝아 오고 있다. 대학교수들이 갑오(甲午)년을 사자성어(四子成語)로 표현하기를 지록위마(指鹿爲馬)라고 했던가. 그만큼 갑오년은 지록위마로 표현될 만큼 세월호 참사, 정윤회 문건 파문, 통진당 해산결정 등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고 세월호의 침몰처럼 진실마저 침몰해 버린 한 해였다.
시골 이발관에 예닐곱의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농번기도 지나고 바람도 심하게 부는 날이어서인지 이른 아침시간인데도 벌써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곳은 이발을 하러 오는 사람들만이 오는 것이 아니다. 별다른 소일거리가 없는 시골인지라 서로 잡담도 나누고 시시콜콜한 소식이라도 들어볼 요량으로 이발관은 늘 이렇게 북적거린다.
이곳에서 요즘 주된 화제가 조합장 선거다. 모두 적어도 하나 대게는 두 세게 조합의 조합원들이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거의 거론되는 후보자에 대한 험담과 돈에 대한 것뿐이다. 누구는 돈이 많으니 이번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하고 누구는 평소에 거만하더니 선거에 출마하자 사정하고 다닌다며 헐뜯는다. 왜 이런 후보가 조합장에 선출되어야 하는지, 이 후보는 이런 점에서 조합장으로서의 능력이 충분하다는 등 긍정적인 말보다는 후보끼리 비방하는 유언비어를 확산시키는 역할 뿐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추악한 것은 본인도 몇 푼 갖고 있지 못한 후보들이 퍼뜨린 상대 후보의 경제력을 폄하하면서 돈이 없어 결국 낙마할 것이라는 유언비어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순박하고 인정 많아 그래도 인간미 넘치는 곳이 시골이었다. 하지만 급격한 산업화와 물질만능주의에 물들어 있는 요즘의 시골은 도시보다 오히려 무섭게 변해버렸다. 순박하리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가는 말 그대로 큰 코 다친다. 아니 영악하게 변해버렸다고 해야 옳은 표현일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사물과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주는 이익과 손해가 모든 것의 가치판단 기준이 되어버린 탓이다. 자신의 이익이라면 아니, 돈이라면 마지막 남은 양심도 내팽개친다.왜 이렇게 변했을까.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우리 지역 어느 면소재지는 지금 불야성(不夜城)이다. 음식점마다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어느 조합의 조합장 선거 후보가 4명인데 모두 해당 면 출신이다. 그러다보니 식사대접, 술대접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각기 다른 조합의 후보자들이 가세하니 말 그대로 술집과 음식점은 발 디딜 틈조차 없다. 후보자는 후보자대로 조합원은 조합원대로 흥청망청 댄다. 진정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누구 하나 그들의 얼굴에서 부끄러운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것이 조합장 후보와 조합원들의 자화상(自畵像)이다. 주고받는 그들의 모습에는 당연하다는 것 이외에 그 무엇도 발견되지 않는다. 지극히 익숙한 모습이다. 그들에게서 한 가닥 희망을 기대하는 내 모습이 오히려 처량하다.
조합원 모두가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돈에 얽매인 다수의 조합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술 한 잔 사주고 악수 한 번 더하고 돈 한 푼 손에 쥐어주는 것이 선택의 기준이다. 그들은 자신의 잘못된 선택이 자신들이 주인인 조합을 망하게 하는 줄도 모르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결국 이성(理性)보다는 감성(感性)이 우선이다.
조합장에 출마한 후보들은 누구나 조합의 주인은 조합원 여러분이라고 떠들어 댄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자신만은 조합원을 주인으로 모시고 조합의 발전과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외쳐댄다. 이것은 조합원이 조합의 주인이지만 지금껏 조합의 주인으로서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反證)하는 것이다. 지금 각 조합의 조합장으로 있는 사람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과연 그들이 조합의 구성원인 조합원들을 진정으로 주인으로 섬겨왔는지 생각해보면 그 답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불보는 듯 분명하고 뻔하다’는 뜻이다. 그들에게 기대하고자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슬플 뿐이다.
그들은 말로만 조합원이 주인이지 조합장으로 당선된 순간부터 조합원은 안중(眼中)에 두지 않는다. 그러다가 조합장 선거가 다가오면 다시 그들은 ‘조합원이 주인이다’라고 떠들어 댄다. 그리고 여기에 조합원들은 다시 속는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그동안 수많은 돈선거가 그들을 이런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 그들은 자신이 그렇게 변했다는 것을 자각(自覺)하지 못하고 숱하게 뿌려지는 검은 돈과 하찮은 인연에 자신의 소중한 선택을 맡겨버린다.
여기에 검은 돈을 뿌리다 법의 심판을 받았던 모 조합 한 후보의 거침없는 행보가 난장판인 조합장 선거의 정점(頂點)을 찍는다. 마치 이번 선거에 당선된 것인 양 기고만장하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가 그에게 최소한의 양심을 바라는 것은 무가치한 일이다. 과거에 자신이 만들었던 수많은 전과자 조합원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으로 숨죽이고 살아가야할 그가 다른 후보들을 무시하면서 활보할 수 있다는 현실에 그저 망연자실(茫然自失)할 뿐이다. 철면피의 그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면 망가져가는 어느 조합의 미래가 보인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양의 가죽을 쓰고 자신의 추악한 욕망을 이루기 위해 전진하는 그를 멈추게 하는 방법, 아니 철퇴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그것은 결국 조합원들의 의식변화다. 그의 가면 속에 숨어있는 추악한 욕망을 드러나게 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올바른 의식변화와 그에 따른 현명한 선택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하지만 지금의 조합원들 의식 수준으로 볼 때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공정한 선거관리를 기대하는 것도 힘든 현실이다. 부패한 그들은 얼마든지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도덕 하고 부패한 그들을 멈추게 하는 것을 우리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혁신과 개혁은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그 희생을 감수하고자 하는 용기가 더해져야 한다. 이는 면면이 이어져오는 우리들의 역사(歷史)가 말해 준다. 따라서 이번 조합장 선거가 얼마나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가 될 것인가 성패를 가름하는 데는 많은 조합원들에게 검은 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용기와 그에 따른 희생이 요구된다.
돈이면 무조건 당선된다고 믿고 검은 돈에 의존하는 후보들을 거부하자. 과거에 돈으로 선거를 망쳤던 부도덕한 후보들을 거부하자. 자신만이 조합장에 적합하다 라는 망상과 노욕(老慾)에 사로잡힌 후보들을 거부하자. 조금 더 정직하고 조금 더 참신한 후보를 선택하자. 후보에 대한 능력과 도덕성을 보고 투표하자.
조합원들의 이러한 거부와 선택과 투표만이 앞으로 각 조합들이 살 수 있는 길이란 것을 명심, 또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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