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김창주(희망사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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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김창주(희망사회연구소 소장)
  • 장강뉴스
  • 승인 2017.05.2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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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로 잇는 오월, 다시 타오르는 민주주의

▲ 김창주(희망사회연구소 소장)
오월이다. 민중은 일제식민지와 4.19혁명, 유신을 넘어 오월에 민주주의의 기둥을 세웠다. 민주의 열망은 숱한 탄압과 굴종을 이겨내고 6월항쟁으로 피어나 마침내 촛불로 타올랐다. 단지 열흘 동안만이 아니라, 광주가 아니라, 억겁의 인고를 딛는 발걸음으로 온 나라에 민주의 혼이 되었다.
광주시민들은 자력으로 계엄군을 물리치고 광주를 해방구로 만들었다. 세계사에서 그 유래가 드문 자치공동체를 실현한 것이다. 맹위를 떨치던 군부독재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고 한국 민주주의의 분수령이 되는 87년 6월항쟁의 밑거름이자 동력이 되었다. 6월항쟁에 이르기까지 광주를 비롯한 전 국민이 보인 저항과 참여, 연대의식은 오늘날 세계 곳곳에 중요한 민주화운동 사례로 알려졌다. 2011년에는 5·18민주화운동 관련 자료들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95년 5·18특별법을 제정하고, 전두환, 노태우 등 92명을 내란·내란목적살인죄 등으로 처벌하였다. 진상규명을 위한 끈질긴 투쟁은 96년에 국가가 기념하는 민주화운동으로, 2001년에는 관련 피해자가 민주화 유공자로, 5·18 묘지가 국립5·18 묘지로 승격되어 그 명예를 온전히 회복했다. 이는 민주주의 쟁취와 인권회복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이 기념식에서 제창을 금지한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은 오월에 담긴 애국애족과 민주화 열망의 상징이다.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5월 27일 전남도청의 마지막 항쟁에서 최후를 맞이한 윤상원과 노동운동, 야학운동 활동을 하다 1978년 운명한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이 창작의 계기가 되었다. 오월항쟁을 추모하고 윤상원, 박기순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백기환의 옥중 시 ‘묏비나리’를 개작하여 황석영이 노랫말을 만들고 김종률이 곡을 붙였다. 82년에 완성되어 기념식에서 30년간 불리었고, 민중들은 결의를 다지는 의식곡으로 부르고 있다. 8년만에 다시 제창을 하게 된 것은 민주주의의 명령으로 당연한 결과이다.
당시 광주를 ‘북한의 사주에 의한 폭동’으로 매도하였던 세력들은 '북한군 개입 의혹'을 또다시 제기했다. 일부 몰지각한 극우 인사들의 근거 없는 주장을, 제1야당이자 100석 이상의 의석수를 가진 원내 정당 대변인이 공식 논평에서 언급한 것이다. 지난 1월 미 중앙정보국(CIA)이 공개한 기밀 해제 문서(5.18을 전후로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정보위원회(NIC)에서 만든 기록물)가 공개 되었다. 당시 북한의 동향을 담고 있는 각각의 문건은 전두환 신군부 등장 이후 혼란국면에서 한반도 내 북한의 도발 위협이 낮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문건 중 비밀(Secret) 등급이 매겨진 1980년 5월9일자 미 NSC 자료에는 “북한은 한국의 정치불안 상황을 빌미로 어떤 군사행동도 취하는 기미가 없다”고 분석했다. 일급비밀(Top Secret)로 분류된 문건에서는 “지난 한 달 동안 반복된 북한 입장은 남한의 사태에 결코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눈에 띄는 어떤 행동도 전두환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빌미로 제공하는 행위라는 것을 직시하고 있다”고 기록돼 있다. ‘북한군 개입’이 허위의 엉터리 주장임이 확실하게 입증된 것이다.
오월의 핏빛은 미래를 여는 역사다. 민주주의에 대한 전 국민의 염원이 모여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으로 이어진다. 민주주의로 ‘비상계엄 철폐’와 ‘유신세력 척결’을 요구하며 뿌려진 피는 아직 미완의 진행형이다. 유신세력 척결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그 세력은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발포 명령자도, 책임자도 밝혀내지 못했다. 민주의 시대에 국가가 국민의 생각까지도 통제되고 있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참'이 '거짓'을 이기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우리의 힘으로 완성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 세월호 참사는 3년을 넘겨 미수습자 유해의 신원이 확인되고 있다. 꽁꽁 언 겨울을 밝힌 촛불은 정권을 교체하고 원칙과 정의를 지키고자 했던 이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힘으로 이룬 것이다. 민주주의는 주권자가 지켜야 함을 자각하고 행동으로 옮겼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80년 5월 21일 광주시민총궐기문에는 ‘모두 일어나라. 그리하여 이 땅위에 이제는 포기할 수 없는 이제는 다시 빼앗길 수 없는 찬란한 민족의 꽃을 피우자’고 밝혔다. 이제 우리가 역사의 주체임을 명심하고 주인으로써 세상을 바꾸는 데 함께 앞장서자. 다시 오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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