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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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80
  • 장강뉴스
  • 승인 2024.11.1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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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 압화

켜켜이 쌓인 꽃을 움직이지 못하게 해놓고
숨통을 조이는 방식

그래서 꽃으로 꽃을 눌렀던 겁니다

눈물 한 방울도 남지 않을 때까지
누르고 누르고 누릅니다

목 꺾인 꽃의 고통은 외면해야 합니다
꽃향기에 현혹되어서도 안 됩니다

밀봉하기 전에 철저하게
죽은 꽃을 사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꽃의 몸에서 물기가 다 빠지면
외부의 공기를 차단해야 합니다

눈물 한 방울이라도 떨어져선 안 됩니다
습기는 불순물이거든요

슬픔을 위로하는 슬픔을 막지 못하면
압화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냉정함을 잃지 말고 압화가 마무리될 때까지 
눈물 한숨 분노를 
금지해야 합니다

꽃을 사랑하는 자들이 말할 수 없도록
생명을 사랑하는 자들이 움직일 수 없도록

손끝 하나 닿지 않아야 합니다
숨결 하나 묻지 않아야 합니다

감정 없는 압화만이 부패하지 않습니다

이대흠 시인
이대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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