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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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72
  • 장강뉴스
  • 승인 2024.08.0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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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 농담이라는 래시피

농담을 지어봅니다 미리 마음을 가열하지는 마세요 
신선한 재료가 필요합니다 뭐라고 해도 농담은 싱싱함이 생명입니다 귀가 떫어지는 건 참기 어려워요 

농담은 무기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고구마는 쪄서 먹는 농담입니다 
물론 농담이죠 생으로 먹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농담을 캐다가 제 발등을 찍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구마를 캐랬더니
마음만 캐 버리고 가버렸던 사람도 있었지요 농담을 캐다가 제 발등을 찍는 건
자해는 아니어도 농담보다 우숩습니다 그게 슬픔이지요

알사탕은 깨물어 먹는 농담입니다 달긴 달지만 이가 깨질 수도 있으니 요주의

개는 걸어다니는 농담입니다 개가 짖는다고 씁니다
개가 내는 소리를 노래한다고 말하지 않는 건 편견
개 같은 편견이라고 쓰면 안 됩니다 개가
사람의 말을 몰라서 다행 
사람이 개의 말을 몰라서 다행
개들이 모여 사람들 흉을 본다면 멍멍

옆집 개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옆집 사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밤이라는 이유를 답니다 그래서 개는 
걸어다니는 비애입니다

몰래 듣는 건 나쁜 거니까 남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건 위험하니까 이건
개소리는 위험하지 않지만 사람 소리는 위험하다는 증거

어떤 말이든 부풀어 오릅니다 부풀거나 쉬거나
말에는 침이 묻어 있으니까요 당신이 침 발라놓은 말은
당신의 것이니 끝까지 침 바르고 계세요

껌은 처음만 단 농담입니다 씹어도 닳아지지 않아서
턱 근육 강화 기구로 좋습니다
삼켜도 죽지 않아요 너무 질긴 농담이라서 

껌을 즐겨 먹는 사람은 없습니다 치약에 밥을 비벼 먹는 건
지금을 견딜 수 없을 때 해보는 겁니다 농담처럼
눈이 내릴 때까지요

이대흠 시인
이대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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