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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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69
  • 장강뉴스
  • 승인 2024.07.1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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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 덕천에서 오므라이스를

너는 덕천에서 오므라이스를 먹고 싶다고 했지 
덕천에는 오므라이스가 없어 아메리카노도 없지 

덕천에는 강이 있고 강 가운데엔 오므라이스 같은 작은 섬들이 있고
섬에서는 버드나무가 자라지 유월이 되면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에서
연두색 잎이 돋아나 아 그건 오므라이스를 씹었을 때보다 더
싱싱해 아직 너는 살아있어

심심하다며 너는 덕천에서 울고 싶다고 하였지
덕천의 물빛에 슬픔을 묻히면 
은어 떼가 햇살을 베끼며 강을 거스를 거야
파닥이는 미소

너에게는 숨겨둔 강물이 있어 
나는 말하고 멀리 해가 지는 쪽을 바라봐
덕천에는 오므라이스가 없지만 없는 것은 그리워하기에 좋으니까
기분이 상큼해

없는 오므라이스에는 이별이 있고 우리는 이별을 먹으면서
영원을 약속할 거야 손가락을 걸지는 않았지만 
버드나무의 잎이 아무리 많아도 하늘을 
빡빡하게 채우지는 못하지 우리는 살아 있어

덕천에는 오므라이스가 없어서 너는 먹고 싶다고 말하고
너는 없어서 덕천은 있는 거야 어쩌면 더 보태도 넘치지 않고
많은 것이 사라져도 부족하지 않는 덕천이라서
나는 너를 덕천이라 부르려다 말았어

네가 덕천이라면 이별의 말을 해도 좋을 거야
나는 더 남아 있지 않아도 충분할 거니까
너의 울음이 너를 지울 수 없는 덕천이라서
봄이 되면 혼자서 덕천엘 가는 거야

덕천에는 덕천만 있어도 좋으니까
보고만 있어도 내 안에 강물이 들고
버드나무 이파리가 돋아나서 톡톡 하늘에 
노고지리 소리를 굴리잖아

이대흠 시인
이대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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