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채 상병 사망사건의 진실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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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채 상병 사망사건의 진실은 어디에?
  • 장강뉴스
  • 승인 2024.06.0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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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긍 (세명대 명예교수)
권순긍 교수
권순긍 교수

 

대통령이 10번째 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이 지난달 29일 국회의 재의결 투표에서 부결되고 말았다. 국민 67%가 찬성하는 특검이었지만, 투표 결과는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야당이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2/3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채 상병 사망에 대한 수사는 수사단장이 외압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외압사건’으로 확대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외압의 근거가 되는 통화내역이 하나둘씩 드러나는 실정이다. 심지어는 대통령도 4차례에 걸쳐 국방장관과 통화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도대체 누가 실종자를 수색하던 한 해병대원을 죽게 했으며 왜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강제했는가?

한 해병대원의 죽음과 수사외압의 의혹

상륙전을 주임무로 하는 포항 주둔 해병 1사단이 내륙의 예천으로 수해복구를 위해 ‘대민지원’을 왔다. 수해복구를 위한 지원이었기에 현장에 파견된 해병대원들은 삽, 곡괭이, 모래주머니만 챙겨 갔는데, 도착하고 나서야 실종자 수색작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상륙용 장갑차도 빠지는 모래강인 내성천(乃城川)에 구명조끼도 없이 맨몸으로 들어가 ‘바둑판식’으로 촘촘히 수색하도록 했다 한다.

채 상병이 소속된 포병대대장은 수색이 어렵다고 보고했으나, 사단 차원에서 임성근 사단장이 수색을 밀어붙였다는 폭로와 녹취가 나오고 있다. 임 사단장은 이미 2022년 여름 힌남노로 인한 포항 수해 때 상륙용 장갑차를 이용해 주민 27명을 구하는 성과를 올렸고, 오천시장을 방문한 윤 대통령에게 직접 브리핑을 하여 능력을 인정을 받기도 했다.

특히 언론보도에 관심을 기울여 구조활동을 펼치는 해병대원들의 사진이 잘 나왔다고 좋아했다는 등의 증언이 나왔다. 병사들의 안전보다는 자신의 공적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는 의심이 간다. 임 사단장 본인은 수중수색을 지시한 일이 없다고 잡아떼고 있다.

수사 결과, 7월 30일 박정훈 수사단장이 임성근 사단장을 포함한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결재까지 마쳤다. 다음 날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하고 언론브리핑을 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브리핑을 취소하고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장관의 결재가 난 사안이기에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수사단장은 8월 2일 경북경찰청에 수사자료를 이첩했다.

그러자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수사단장을 보직해임 시키고, 국방부 검찰단은 이첩했던 사건을 다시 찾아와 대대장 2명에 대해서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축소하여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경상북도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했다.

문제는 여기에 대통령(실)까지 관련됐다는 것이다. 8월 2일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혼란을 겪던 와중에 대통령은 개인 전화로 우즈베키스탄에 출장 중인 국방부 장관과 무려 3차례 18분 40초나 통화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도대체 무슨 말들이 오갔을까? 통화 후 수사단장이 해임되고 이첩된 사건이 회수됐으며, 박정훈 수사단장을 ‘집단항명 수괴죄’로 입건하고, 해병대 수사단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열 마디 말 중 일곱 마디가 거짓이더라”

MBC <스트레이트>에서는 7월 31일 오전에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하여 임 사단장 처벌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국방부장관에게 직접 지시했고, 그 이후 국방부장관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었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결과에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을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런데 기자들이 ‘VIP 격노’에 대해 질문하자 “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을 해서 인명사고가 나게 했느냐?”고 질책을 했다는 동문서답(東問西答)식 답변을 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 측근들은 분명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나의 거짓말을 덮기 위해서는 또 다른 거짓말이 필요하다. 결국에는 진실은 사라지고 ‘거짓의 탑’만 높아질 뿐이다. ‘거짓의 탑’은 진실 하나면 쉽게 허물어지는 사상누각이다.

다산(茶山)이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寄兩兒’)를 보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세상의 많은 사람을 보아왔는데 비록 고관대작들이라 할지라도 그가 한 말을 공평하게 검토해 보면 열 마디 말 중 일곱 마디가 거짓이더구나. 어렸을 때부터 서울거리에서 자라난 너희들은 이런 거짓말하는 습관에 잘못 물든 게 없는지 모르겠다”고 거짓말을 경계했다.

과연 채 상병 죽음과 외압에 대한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지난 30일 22대 국회가 개원되면서 민주당의 1호 법안으로 <채상병 특검법>을 다시 제출했다.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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