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최일중 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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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최일중 전인
  • 장강뉴스 기자
  • 승인 2016.04.1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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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 않은 4월의 참사(慘死)

부모가 돌아가신 경우를 천붕(天崩)이라 한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뜻이다. 반면 자식이 먼저 죽는 것을 참척(慘慽)이라 한다. 참혹한 슬픔이란 뜻이다. 부모보다 자식이 일찍 세상을 뜨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러니 그 슬픔이 오죽하겠는가?
상명지통(喪明之痛)이라는 말도 있다. 눈이 멀 정도로 슬프다는 뜻인데 아들이 죽은 슬픔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말은 공자의 제자 자하가 아들을 잃고 상심해 너무 많이 울어서 그만 시력을 잃고 말았다는 일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누구나 안다.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가 감기에 걸려 콜록대고 아파하는 것을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은 자신의 가슴을 날카로운 비수로 후벼대는 것보다도 더한 아픔을 느낀다.
하물며 자식이 세상을 먼저 떠난다면 그 슬픔을 무엇으로 표현하겠는가? 세월호 2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우리사회 도처에 만연해 있는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이요.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무책임함에 대한 경고다. 물론 아직도 해명 못하는 정권 차원의 의혹도 있지만 채 피지도 못하고 지고 만 꽃다운 아이들의 떼죽음이었다는 점에서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남의 아이가 아파할 때 안타까움이 내 아이가 아파할 때의 단 10%라도 된다면 그래서 남의 아이에 대한 나와 사회 전체의 책임감이 또 그 10%라도 된다면 우리 사회가 이처럼 흉흉하지는 않을 듯 싶다.
영국의 시인 TS 엘리어트는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표현했다. 겨울에 얼어붙은 땅을 뚫고 봄철 새싹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딱딱한 땅을 뚫고 여린 새싹이 나와야 하는 것을 두고 시인은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것은 생명을 예고한 것이기에 전혀 잔인하지 않다. 어쩌면 엘리어트는 반어적으로 4월을 노래한 것인지도 모른다. 벌써 4월도 다 지나가고 있다. 생명을 예고하는 잔인함인지간에 세월은 다시 그것마저도 덮고 지나간다. 세월호 역시 세월의 흐름속에 묻힐까 싶어 잔인하다 싶을 만큼 슬퍼진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아무리 공감하려 해도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입장이 될 수 없다. 아무리 위로하려해도 아무리 공유하려 해도 참혹한 슬픔을 대신할 수는 없음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손을 놓고만 있을텐가 포연이 휩쓸고 간 전쟁터에서 피어나는 한 떨기 들꽃처럼 화마가 휩쓸고 간 잿더미 속에서 피는 희망이라는 꽃처럼 이제 세월호의 아픔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 한다.
5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어린이날이 있기에 더욱 아픈 가슴을 후벼팔 수 있다. 또 며칠 후면 어버이날이다. 아이들의 손길이 더욱 그리운 만큼 슬픔은 극대화될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먼저 간 아이들이 바라는 일은 아니다. 더 더욱 넋놓고 있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세월호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해야 할 책임이 우리 어른들에게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파괴해야 할 것인지 또 무엇을 버려야 할 것인지 분명해야 한다. 그것이 세월호 2주년을 맞는 우리 어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유족과 국민의 울음으로 가득한 그 바다속 어딘가에는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이 있다. 그들 모두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울음으로 그 바다를 부여잡고 있는 우리들은 왜 기울어져 가는 배에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는 지를 알고 싶다. 그러나 박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돈을 줄테니 더 이상 진실은 묻지 말라고 요구한다.
아주 모욕적이며 파렴치한 행위이다. 이로써 마음에 없던 말은 끝났고 속내를 행동으로 드러냈다. 돈밖에 모르는 이들은 진실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라틴어에서 망각의 반대말은 기억이 아니라 진실임을 알려드린다. 그러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문장은 가슴을 가진 사람은 진실을 추구한다로 말해도 무방하다. 가장 강력한 교황 후보였던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추기경은 사람은 개선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에 대해서만 잘못을 뉘우치며 자기의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그것에 묶여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선택이 아주 훌륭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진실을 돈으로 계산하려는 한국의 권력자들은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부터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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