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김경민 (강진군 정신건강증진센터 자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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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김경민 (강진군 정신건강증진센터 자문의)
  • 장강뉴스 기자
  • 승인 2016.04.04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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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 날을 맞이하여

▲ 김경민
최근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전반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자살 뿐 아니라 아동학대를 비롯한 다양한 범죄의 원인으로 정신적 문제가 거론되기까지 한다. 이는 경제적인 발전과 더불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며 점차 삶의 질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 한 요인일 것이다. 동시에 경쟁이 치열해 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정신적 부담이 커졌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비해 정신 건강을 대한 접근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실제 우리나라 자살률은 수년 간 OECD국가 중 1위 임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비롯한 정신건강 시설 이용률은 미미한 수준이다. 2011년 시행된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반 인구의 27.6%는 평생 중 한번, 16%는 최근 1년 내 하나 이상의 정신질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중 단 15.3% 만이 정신의료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아마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대한 편견이 많고,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점 등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의 문턱이 아직 높기 때문일 것이다.
다리가 부러졌는데 참을 만 하다고 괜찮다고 버티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다리가 부러진 사람이 부러진 다리를 치료하지 않고 걸어 다닌다고 해서 그 사람을 의지가 강하다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래야 한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부러진 다리로 무리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몸을 상하게 하는 일일 뿐이다. 부러진 다리를 고치기 위해 치료받고, 나을 때 까지 쉬어야 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이 아플 때는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마음에 생채기가 나고, 상처가 나도 그냥 내버려둔다. 상처가 곪고 곪아서 터져도 내버려둔다. 그렇게 작은 마음의 병이 큰 병이 될 때까지 그저 버티기만 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마음이 아프다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고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아프다는 것, 통증은 뭔가 불쾌한 감각적 및 정서적 경험을 의미한다. 마음의 통증은 단순이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픈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눈물이 날 것 같은 슬픈 마음도, 주체할 수 없게 화가 치솟는 마음도, 알 수 없게 두렵고 무서운 마음도, 불안한 마음도, 괴로운 마음도 다 아픈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아픈 마음들을 한 번씩 경험하고 살아간다. 아픈 마음이 있다고 해서 다 병은 아니지만, 아픈 것을 아프다고 하지 못하면, 아픈 마음을 알지 못하고 계속 무리 한다면, 그것들이 계속 쌓이면 병이 되고 결국 몸이 상하는 게 된다.
통증이 있다는 건 문제가 있으니 찾아서 고쳐달라는 몸의 소리다. 살짝 긁힌 상처가 아프지 않다면 모르고 지내다 상처가 더 커져서 큰 병이 될 수 있는 것을, 아프니까 찾아서 약을 바르고 덧나지 않도록 반창고를 붙이면 금방 낫는다. 마음이 아프다고 호소하면 찾아서 치료해주고 얼른 나을 수 있도록 보호해 주면 되는 것이다. 마음이 아픈 것은 그냥 아픈 것이다. 의지가 약하다는 것도, 나약하다는 것도, 게으르다는 것도, 뭔가 잘못된 것도 아니라 그냥 아픈 것이다 정신과 질병이 있다는 것은 치료받아야 할, 그리고 치료받으면 나을 수 있는 병이 있는 것이다.
정신 건강이란 단순하게는 정신병리가 없는 상태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정신 건강은 아마 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할 것이다. 언제나 아프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기에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정신건강의 첫걸음이나 행복한 삶을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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