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호계고모네 달구장태
호계고모네 물레 아래는요 길다란 달구장태가 있었는데요
황토를 이겨 만든 그 닭집엔 어른 머리통만한 쇠문이 있고 물레 밑에서 말레 밑을 거쳐 고방 밑까지 이어진 그 붉은 달구장태 속을 끝까지 기어들어간 사람은 하나도 없었지요
씨암탉이 꼬꼬댁꼬고고루 알 굴리는 소리를 하고 달구장태에서 나온 후면
당글개를 밀어넣어 달걀을 꺼내곤 하였는데 어떤 닭은 너무 깊숙한 곳에 알을 낳아 당글개로도 간짓대로도 알을 빼낼 수 없을 때가 있었지요
그런 알은 쥐 이빨에 구멍이 나거나 병아리 떼로 기어 나오는 것이었는데
물렁한 사촌과 달리 차돌 같았던 나는 그 안을 기어 들어가 달걀을 훔쳐 먹곤 했는데
어둠고 긴 그 방에 들어가면 몸을 움쩍거릴 순 없었지만 맥랑처럼 일렁이던 마음도 북 돋은 뒤의 보리뿌리처럼 고요해졌지요
그런 어느 날에 암탉과 자리 바꾸듯 들어간 내 손에 막 낳은 달걀이 닿았는데 뜨거운 그 알은 내 조가야 내 조가야 하는 고모 목소리처럼 물렁하고 따뜻하고 둥근 것이었지요
어머니에게 모진 지천을 듣고 밤중에 오릿길을 걸어가 하필이면 고모네 그 붉은 달구장태에 들어가 뜨거운 닭들을 품고 자다가 기어이 닭 한 마리를 이바지로 받아 들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던 날도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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