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의 시점으로 풀어 ‘사랑과 욕망 절절, 안타까운 심정 가감 없이 표현’

작가의 빛나는 상상력, 등장인물들의 시점으로 풀어 사랑과 욕망이 절절하고 안타까운 심정이 가감 없이 표현된 김현주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 『붉은 모란 주머니』가 디테일한 묘사와 재미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장편소설 ‘붉은 모란 주머니’는 제6회 담양송순문학상 수상작 〈연계정 대숲소리〉를 새롭게 고친 작품으로 미암 유희춘과 그의 부인 송덕봉, 첩 방굿덕의 이야기가 메인 줄거리다.
작품은 16세기 선조 임금의 경영관이었던 미암 유희춘과 그의 부인 송덕봉, 첩 방굿덕의 이야기를 각각의 시점으로 그려냈다. 소설에는 당대의 정치 상황을 배경으로 유희춘의 관직생활과 일상사가 부인 송덕봉과 주고받은 시와 편지로 디테일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 소설의 제목처럼, 네 딸을 기필코 양인으로 만들려는 어머니 방굿덕의 권세욕과 부귀영화를 향한 꿈이 ‘붉은 모란 주머니’로 상징된다.
이와 더불어, 조선의 여성 시인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주장했던 송덕봉의 생애 또한, 가을날 피는 노란 국화처럼 서늘하게 아름답다.
16세기 조선을 살았던 이들 두 여성, 각자의 삶은 진솔하면서도 열정적이다. 그럼에도 역시, 개성적인 인물은 방굿덕. 경제적 독립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적극적이며 진취적인 여성상은 이 소설의 매력을 더한다. 이 소설이 현대성을 갖추게 된 중요한 지점이다.
작가는 당시 붕당정치를 고민했던 유희춘의 정치 철학과 백성을 걱정하는 애민 사상도 소설 곳곳에 그려 넣었다. 정치와 학문에 대한 근심으로 피와 살이 마르던 학자 유희춘의 고통은 이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역사를 모티브로 한 소설은 사실과 상상력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러나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허구인지를 명확하게 나누는 것은 쉽지 않다. 당대의 역사를 상상력으로 풀어내 오늘의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김현주 작가는 “오래전 ‘담양송순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이 소설은 깊이 묻혀 있었다. 그러나 제 마음속에 작품은 채 완성되지 않은 느낌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한 지인의 출판을 해보라는 권유가 있었는데 소설을 새롭게 완성하기까지 지인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고 말했다.
요즘 많은 이들이 힘들다고 하는데 ‘작가로서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고 물음에 김 작가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막막할 때가 있다. 그러면 소설책을 읽기 시작한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생애는 어떠했을까. 소설을 읽다가 어떤 목소리가 나를 강하게 끌어당길 때, 위로를 받곤 한다. 역사소설을 펼치면, 어떤 목소리가 나를 일깨울 때가 있다. 과거, 먼 시대를 살아냈던 인물들의 심정에 공감하게 된다. 인간의 일은, 시대를 초월해서 그다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며 소설적 답변을 내났다.
김현주(金賢珠) 작가는 ▲1961년 1월 18일, 장흥군 장흥읍 기양리에서 태어났다. ▲199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소설 「길이 없는 길을 향하여」 당선 ▲1998년 계간지 《문학과 사회》에 단편 「미완의 도형」 발표로 등단 ▲2003년 창작집 『물속의 정원사』 (문학과지성사, 312쪽) ▲2014년 광주일보문학상 수상 ▲2018년 송순문학상 수상 ▲2020년 산문집 『네 번째 우려낸 찻물』 (이덕순출판사, 224쪽) ▲제10회 광일문학상, 제6회 담양송순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