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부부의 의미(夫婦意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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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부부의 의미(夫婦意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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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2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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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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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내 결혼한 한 쌍의 남녀 내외를 부부라고 한다. 애초에 부부는 서로 남남이었다.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각자 다른 집안에서 태어나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였다. 각자의 개성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개별 인격체였다.

인연이 없어서 만나지 않았다면 평생 서로 모른 채로 살다가 죽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만나 부인의 연을 맺으면 그때부터는 한 몸이 되는 것이 바로 부부다. 서로 다른 개체가 만나 화학적 결합을 하고 끝내 완벽한 하나가 되는 유일한 사례가 바로 부부가 아닐까.

이런 경우를 가정해 볼 수 있다. 아내는 농촌에서 태어나 시골 환경에 익숙하고 또 육식보다는 채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반면 도시 출신인 남편은 아파트 생활과 도시풍의 현대적 스타일의 소유자다. 남편은 채식보다 육식을 좋아한다.

얼핏 보면 이 두 사람은 공통점도 별로 없고 취향도 맞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둘이 부부로 같이 살기엔 별로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런 부부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 부부는 아들딸 낳고 잘산다. 금술도 좋다. 실제로 그런 사례도 있다. 지난해 연말에 타계한 리영희 선생 부부가 그런 경우다.

언젠가 리선생이 자신의 저서에서 고백한 내용을 한번 보면 이 땅의 북단인 압록강변에서 내려온 청년과 이 땅의 남단인 한라산 기슭에 뿌리를 둔 여성과의 결합이 뜻하는 지리적 결합만큼이나 우리 두 사람의 성격도 대조적이었다.

나는 논리를 따지는 성격이고 그는 모난 것이 딱 질색인 성격이다. 나는 까다롭게 분석하고 시비를 가려야 만족하는 형인데 반하여 그는 나의 까다로운 성격이 딱 질색인 덤덤하고 두루뭉술한 형이다.

내가 만사에 정삼격형 이고자 할 때 그는 타원형으로 나타난다. 만약 그의 성격이나 마음이 삼각형이거나 사각형이었다면 두 사람의 생활은 30년을 잊지 못했고 어느 단체에서 모가 부딪혀 불꽃을 튀기고 헤어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두 사람은 고난의 세월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며 백년해로했다. 이처럼 남녀의 만남은 서로의 다름을 전제로 하고 있다. 만약 서로 같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만을 고집한다면 그건 근친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혼생활은 서로의 다름을 부각시켜 갈등관계를 촉발하는 사이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서로의 다름을 파악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또 존중하게 되는 것이 부부다. 물론 차이로 인해 갈등도 있을 수 있고 더러는 파국을 맞기도 한다. 일찍이 서머싯 몸이 말했다. 사랑은 쉽게 변하기 때문에 더욱 사랑해야 한다.

부부는 결혼을 통해서 생겨난 의도적 관계의 산물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계리 S 오밀러는 여성은 이상으로 사랑을 하고 남성은 속셈으로 사랑을 한다고 말했다. 혹자는 결혼을 성적 독점 계약관계라고 하기도 했다.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려면 서로에게 어찌해야 할까? 서로에게 어떻게 대하는 것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며 또 애정 관계를 오래 지속 하는 길일까? 동서고금의 현자(賢者)들은 결혼생활에 대해 여러 지혜를 남긴 바 있다.

부부는 서로 함께하라는 것이다. 부부가 함께하지 않으면 그건 더이상 부부가 아니다. 부부는 일단 한 공간에서 같이 지내야 한다. 그 연장 선상에서 한 이불 속에서 같이 자는 것은 당연지사다.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자식도 한 이불 속에서 같이 자지 않는다.

남녀 간의 정사를 의미하는 동침은 한 베개를 밴다는 뜻이다. 부부의 정은 이럴 때 비로소 생겨나는 것이다. 정이 없는 부부는 한 이불 속에서 자더라도 돌아누워 잔다. 더러는 각방을 쓰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두 사람은 이미 함께하지 않은 것이다.

유행가 가사에 님이란 글자에 점하나 찍으면 남이라고 했다. 부부가 함께하는 것은 현실 생활 속에서의 공동체이자 암수로서의 애정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형제 친구 동료 그 누구도 굳이 함께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자식은 성장하면 부모 품을 떠나는 것이 정상이다.

또 형제들도 흩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친구나 동료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유독 부부는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함께 있어야 한다.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기 전에는 그 이유는 부부는 성애(性愛)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는 아내와 남편이기 이전에 남(男)과 여(女)의 만남이다. 부부는 다른 인연과 달리 영육이 혼연일체가 될 때 비로소 완전한 관계가 성립된다. 영육이 혼연일체가 되려면 두 사람은 늘 함께 있어야 한다. 부부는 일체일심(一體一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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