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이상식(강진군보건소 보건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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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이상식(강진군보건소 보건행정팀장)
  • 장강뉴스 기자
  • 승인 2016.02.22 12: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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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 우리의 사명이다.(습관의 100일 법칙은 자연법칙이다)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주민등록등본을 발급 받으러 민원실에 갔다. 지금처럼 전산시스템이 없었을 때인지라 주민등록표 원장을 복사하여 교부했다.
대여섯 명 친구들과 함께 동무지어 민원실 도착한 후 주민등록등본 발급을 주문했다. 그런데 담당 직원이 대뜸 말하길 “너희들, 저쪽 유리창 청소를 깨끗이 다 하면 발급해 주겠다” 고 강요를 하였다.
수업 시간 도중 발급 받으러 온 상황인지라 빨리 학교로 되돌아가야하는데 마음이 급해졌다. 그러한 사실을 설명하고 그냥 발급해 주라고 하니 막무가내 “유리창을 다 닦아야 한다” 고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하는 수없이 목적 달성을 위해 ‘을’ 입장에 있는 초등학생 우리가 비겁함을 무릅쓰고, 권위주의적인 ‘갑’ 에게 복종하여 유리창을 모두 닦았다.
닦으면서도 부조리한 사실에 어린 마음이지만 속으로 울분이 일어났다. 혹은 봉사의 차원에서 유리창을 닦을 수도 있지만, 일의 양이 많았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나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 소시 적부터 프롤레타리아였다. 불공평한 세상에 저항 기질이 강했던 마음이라 냉철하게 세상을 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러한 불합리한 일까지 시키면서 민원을 처리해주는 행태를 보고 불유쾌한 마음을 간직한 채 학교로 돌아왔다. 물론 유리창을 닦은 후 주민등록등본은 발급받았다.
나는 민주적이고 보수적인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하였는지도 몰라도 태생적으로 권위는 존중하나 권위주의는 싫어한다. 권위는 국가와 사회와 諸 組織을 유지하는데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권위가 사라지면 일탈이나 아노미 현상이 초래하여 조직문화가 파괴될 수도 있고, 권위주의가 팽배하면 극심한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 그래서 권위는 존중하나 권의주의는 거부한다.
그때 민원실을 나오면서 다짐했던 각오는 “내가 만약 공무원이 된다면 저러한 공무원은 절대 되지 않으리라” 스스로 다짐하고 또 다짐하였다. 세월이 흘러 25여 년 전, 중학생 시절, 장래 희망 란에 기재되어 있던 것처럼 공무원이 됐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 그 민원실이었다. 초임 당시, 초등학교 시절의 씁쓸한 추억을 되새기면서 스스로 다짐했던 권위주의를 배격하는 대민 친절 행정을 펴 나갔다. 물론 그때도 공직사회는 아직도 권위주의가 팽배했던 시절이었다.
나는 첫 의자에 앉은 순간, 이동식 접의자를 책상 옆에 놔두고 민원인이 오시면 먼저 의자에 앉으시길 권했다. 그리고 민원인의 민원내용(욕구/need)을 경청했다.
한 마디로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서서 말이다. 나는 프롤레타리아이었기에 각종 욕구를 가지고 내방한 민원인을 같은 프롤레타리아의 심정에서 민원인을 접대하는 것이다.
장담은 하지 않지만 이러한 마음자세로 응대한 민원 상담은 대체로 효과적인 경우가 많았다. 때론 민원들의 욕구를 온전히 다 들어주지 못해 발생하는 욕구불만의 民怨(민원)이 발생도 하였지만, 거의 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가곤 한다.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더라도 열심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은 아쉬워하지만 오히려 미안해하면서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2015년 작년, 전라남도 지방공무원교육원 이전지로 다산 선생의 사상과 혼이 살아 있고, 지금도 살아계셔 목민관의 자세를 강의하고 있는 강진군 도암면으로 확정됐다.
쟁쟁한 타 후보지를 물리치고 결집된 군민의 역량을 발휘하여 기적 같은 일을 해냈고,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이루어 낸 훌륭한 성과였다. 다산 선생의 후광이었다. 그 분, 우리가 존경하는 다산 선생은 언필칭, 공직자의 律己(율기)와 奉公(봉공)과 愛民(애민)을 강조했다.
우리 강진군이 공무원교육원 이전지로 확정된 만큼 모든 공직자는 더욱 더 큰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에 공직자는 天職의 의식을 갖고 奉民·愛民의 자세를 견지하면서 근무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온전한 사람이 아니기에 타고난 성품을 제어하지 못하고 주민들에게 아픈 상처를 남겨주곤 한다. 말로, 때론 표정으로, 행동으로, 순전히 나의 입장에서 우리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민원인에 대한 권의주의적 태도는 그분들의 마음을 울게 하고, 나아가 멍들게 하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한다.
우리는 그 분들을 보듬어 사랑을 나누어 주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함에도, 가끔이나마 이기주의와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살기 때문에 공직자의 사명을 잠깐씩 망각하기도 해 안타까울 뿐이다.
‘습관은 100일이면 개선이 된다’ 고 한다. ‘습관의 100일의 법칙은 자연법칙이다’ 이라는 말이다. 새사람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100일은 필요하다는 것이며, 결국 유전자가 조작된다는 것이다.
‘좋은 습관은 좋은 유전자를 낳는다’ 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다. 그 의미가 함축하는 또 다른 내용은 사고를 바꾸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습관이 바뀌면 어떤 상황에 대한 행동이 과거로 회귀되지 않고, 자동적으로 새로운 행동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내 자신, 아직도 변화되고 개혁되어야 할 부분이 많음에 있다. 날마다의 회개와 반성 속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기도한다.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혀를 깨물기도 한다. 내 속에 죄 성이 강하여 나를 넘어뜨릴 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너무 연약한 존재이기에 나는 일찍 일어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나님! 저를 변화시켜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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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 2016-02-22 13:32:18
항상!!위민정신으로봉직하여!!지역사회에서귀감이되는공직자가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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