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 전국 최대 육아양육수당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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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 전국 최대 육아양육수당 지급
  • 임순종 기자
  • 승인 2022.10.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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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형(강진군청 군민행복과장)

-지방소멸 위기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에 막을 올리며-

임준형
임준형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강진군의 인구가 최고였던 해가 1965년도였다. 마침 필자가 태어났던 해다. 그 해, 군 인구수는 127,878명이었다. 그리고 강산이 다섯 번 하고도 여섯 번이 바뀌려는 2022년, 강진의 인구수는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어 9월 말 기준, 33,243명으로 집계된다. 57년 사이, 무려 74%가 감소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인구감소는 지금도‘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강진군의 합계출산율은 0.91이었다. 합계출산율은 15세~49세까지를 기준으로 하며, 한 여성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의 수를 의미한다. 지난 해는 합계출산율이 1명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초고령화 사회를 향해 무섭게 달려가는 대한민국 안에서도 전라남도의 고령화는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청년인구비율은 서울지역, 30%에 비해 전남은 20.61%로 전국 최저이고, 반대로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23.91%로, 전국 최저인 세종시의 9.91%와 14% 차이가 나며 전국에서 가장 높다. 청년은 가장 적고 노인은 가장 많은 전형적인 고형화 사회의 모델인 셈이다.

점입가경으로, 우리 군의 고령화 속도는 전남의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도 37%이다. 가장 노인인구 비율이 높은 도암면은 50.1%로, 마을 구성원의 절반이 노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옴천면 오추마을의 이금철 이장님은 1939년생으로, 올해 84세의 연세에 아직도 마을 일을 보고 계시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필자가 나고 자란 도암면 덕서리는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지 벌써 수년 째이다. 젊은 청년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나이 드신 할머니들이 깊이 패인 주름살과 함께 고향마을을 지키고 계신다. 빈집도 늘어나 마을 풍경도 을씨년스러워지고 있다. 요즈음 대부분 작은 시골 마을이 갖고 있는 쇠퇴와 소멸의 풍경이다.

이대로 가다간 ‘남도답사일번지’의 아성을 갖고 있는 강진군은 몇십 년 후 소멸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더 이상 기우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지방소멸 위기의 터널’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에서 전국 89개 지자체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 발표했다. 전남도는 목포시를 비롯한 5개 시와 무안군을 제외한 16개 군이 여기에 포함됐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된 지역에는 정부 차원에서 여러 가지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소멸 위기 문제는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인구는 국가발전과 국가경쟁력을 키워가는 원동력이며, 지자체만의 대응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육아와 양육 문제는 지자체에서 결코 뒷짐을 지고 구경할 수만은 없는 중차대한 사항이다. 강진군은 지역소멸위기를 극복하고‘일자리와 인구가 늘어나는 新강진 건설’을 위한 민선 8기 특단의 대책으로, 전국 최대 규모인 월 60만원의 육아양육수당을 이달부터 지급한다.

월 60만 원씩 0개월에서 84개 월까지 지원되는 통 큰 강진형 육아양육수당은 소득과 자녀수에 관계 없이 한 명당 최대 5,040만 원까지 지원된다.

지급대상은 2022년 1월1일 이후 출생아의 친권자로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하며 매월 60만 원은 지역화폐(모바일 강진사랑상품권)로 지급된다.

친권자나 아동은 강진에 주소를 두고 있어야 하며, 실제로 강진에서 양육을 하고 있어야 한다. 위장전입으로 인한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해 각종 행정 시스템을 통해 실거주 모니터링을 강화해 꼭 필요한 곳에 소중한 예산이 쓰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우리 군은 육아양육수당지급을 위한 필요한 모든 행정적 절차도 마쳤다. 현금성 복지지출을 위한 정책은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마무리 했고, 의원 발의를 통해 관련 조례도 제정했다. 올해 지급해야 할 예산도 4회 추경 예산에 확보했다. 읍면 담당공무원에 대한 지침 교육도 실시했다. 이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10월 25일부터 강진형 육아양육수당은 역사적인 첫 지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도시도 아닌 강진에서 전국 최대 규모의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민선 8기의 대범하고 통 큰 정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역 소멸에 대한 위기 상황이 최고조에 도래했음을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나아가 육아나 양육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발 빠른 도내 몇 군데 지자체에서 강진군의 육아양육수당 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지자체장들이 강진의 육아양육수당 관련 언론 보도를 접하고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뜨겁게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불가능해 보였던, 혹은 시도하지 못했던 해법을 강진군에서 먼저 시작하자, 그 영향력은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강진원 군수가 최근 모 방송사의 인터뷰에서‘강진군에서 시행하는 이러한 정책은 타 지자체로 확산될 것이고 나아가 국가정책으로 시행하도록 울림을 주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강진군의 육아양육수당 지원이 지방소멸을 막는 새로운 정책의 출발선이 되고, 지금 대한민국 인구감소의 문제는 국가적 대운이 걸린 시급한 위기 상황임을 함께 상기하는 전환점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두려움 없는 사회로의 진입은 절박한 지방소멸 탈출의 위기 해법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에 분명한 희망의 씨앗 하나를 심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임을 확신하며, 우리 주변 곳곳에서 아이들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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