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최일중 성균관 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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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최일중 성균관 전인
  • 장강뉴스 기자
  • 승인 2016.02.0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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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원숭이 해의 설날(元旦)

「1월 입춘, 우수, 정조(正朝) 다례를 지냄. 설빔으로 집안 어르신께 세배 및 성묘, 설날 그믐날 또는 초하루 새벽에 복(福)조리를 삼매 세 마리를 그려 문설주에 붙여 삼재(三災)를 면함. 설날 밤 마루나 뜰에 체를 걸어야 광귀를 쫓음. 설날 저녁 염병을 취하기 위해 소발(燒髮) 충청, 전라지방은 제석(除夕)에 함」
우리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이다. 고향을 찾아 조상에 차례를 지내고 친척이나 이웃을 만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이 든다.
설날이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주고 받으며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번 설은 재래시장을 찾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인터넷 쇼핑몰에 밀려 고단한 우리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힘을 주는게 어떨까?
특히 병신년에서 신(申)은 잔나비, 원숭이를 뜻한다. 따라서 병(丙)은 병화이며 태양을 상징한다. 특히 60년마다 돌아오는 병신년의 의미는 새로운 희망의 싹이 돋는다는 해이다. 따라서 새싹을 잘 가꾸어 수년 뒤의 풍성한 결실을 얻기 위한 희망을 가져본다. 병신년 설날이다.
설날이라는 단어는 내겐 기다림, 설레임, 기쁨의 대명사이다. 감정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시대 어머니, 아버지들의 느낌일 것이다.
설날이 다가오면 어머니는 시골장에 나가 설빔을 사오셨고 아버지는 시골장에 나가 차례상에 올릴 과일과 강정, 명태와 육포, 전에 쓰일 동태와 편육, 떡국 끓일 국거리 등도 장만해서 약주가 거나하신 채 큰소리로 이름부르며 사립문을 들어오시곤 하셨다.
동네 방앗간에서는 설날 며칠전부터 밤새워 쉴새없이 신기하기도 하고 맛있는 가래떡을 뽑고 있었다. 도시로 나갔던 삼촌, 형님, 친척, 친지들이 속속 고향으로 돌아오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들은 밤을 새워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다.
설날그믐에 잠을 자면 눈썹이 희게 변한다는 어머니 말씀에 잠을 이기려고 뒤척이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설날 아침 차례에는 선잠을 깨어 눈을 비비곤 했다.
차례를 마치고 아침을 먹고 아직 흰눈이 수북이 쌓인 산길을 헤치고 아버지와 어른들은 조상님 산소에 성묘를 다녀오셨다.
우리들은 동네의 가장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부터 차례 차례 집집마다 들러 설날 세배를 드렸고 떡국과 세뱃돈을 주실 때마다 너무 즐거워 그날 오후에는 친구들간에 세뱃돈 자랑도 하곤 했었다.
혹시라도 길이 멀거나 실수로 세배를 빠뜨린 집이 있을라치라면 나중에 아버지께 불호령과 함께 종아리를 맞기도 했다.
설날 행복의 근원은 인연의 만남에서 기인한 것 같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 보고싶고 궁금하던 부모 형제 친지, 친구들과의 만남. 떠올릴 때마다 미소를 머금게 하는 추억의 공간적 배경인 고향마을.
우리가 한가족 핏줄임을 재확인하고 친족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친분과 교감, 신뢰를 쌓아가는 다례의식이, 모든 만남들이 서로 어우러져 설날의 행복을 만든 것 같다.
또다시 설날이 다가오지만 왠지 행복의 느낌은 내마음속의 추억만 같지 못하다. 만남에 대한 가치변화와 공동체에 대한 의식변화가 그 원인이 아닐까?
우리는 매순간 더 많은 행복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그 결과 더욱 편리한 문명이기들과 더 안락하고 즐거운 삶의 조건들을 구비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 느끼는 행복은 왠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행복의 조건들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데 급급하다 보니 정작 행복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행복은 무엇이며 어디에 존재하며 어떻게 다가오는지... 행복의 조건을 얻기위해 행복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한 것이다.
설날에만 맛볼 수 있었던 특별한 음식은 언제든 손쉽게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설날에만 입을 수 있던 새옷도 수시로 입게 되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났던 친구나 친지들도 그때 그때 대화를 하고 만날 수 있다. 설날이 주었던 행복은 더 이상 줄 수 없게 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행복의 요소인 기다림과 귀함을 앗아가 버린 것이다. 행복의 근원은 마음마다 행복한 느낌도 마음이요. 불행한 느낌도 마음이다. 외적인 조건들은 그 느낌을 얻기 위한 방법인 것이다.
외부의 조건과 방법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행복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자 이제 다시 밖에서 안으로 물질과 조건에서 본질의 마음으로 되돌아가자. 지난 시절 설날의 행복을 되찾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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