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전기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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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전기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셨습니까?
  • 장강뉴스
  • 승인 2022.07.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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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주(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 사무국장)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발전소-송전탑-변전소-전봇대-변압기-소비자순으로 공급된다. 변전소에서부터 가정까지 전기를 공급하는 과정을 배전공사라 한다.

송성주
송성주

22,900V 전기를 220V로 변환시켜 각 가정과 공장에 전기를 직접 공급한다. 배전공사는 한국전력이 하지 않는다. 한국전력과 2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한국전력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담당한다.

만약 이런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여름철 전력 소비량 증가로 인한 변압기 사고, 농사용 전기 공급 중단, 태풍 및 차량 충돌로 인한 단전 사고가 발생하면 복구할 수 없다.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 모든 일을 배전전기노동자들이 하기 때문이다.

배전전기노동자는 한국전력 협력업체에 고용되어 1년 또는 2년 단위로 계약과 해고가 반복되는 비정규노동자들이다. 특고압 전기를 직접 만지며 작업하다 보니 전자파로 인한 직업성 질환, 감전 등 산업재해가 빈번히 발생한다.

16M 높은 전주 작업의 특성상 추락사고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늘 한 점 없는 야외에서 작업하다 보니 겨울은 추위와 여름엔 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노동자들이다.

전국에서 일은 가장 많이 하면서 임금은 가장 적게 주고 있는 것이 광주전남지역이다.

광주전남지역 한국전력 협력업체가 21년 진행한 공사금액이 업체당 평균 35억이다. 전국 최고 수익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한국전력의 입찰을 통해 440억원, 태양광 공사 등 일반공사를 포함하면 700억원 넘게 공사했다.

전국 모든 협력회사는 똑같은 조건에서 똑같은 인원을 가지고 똑같은 공사를 한다. 그런데 광주전남지역이 타지역과 비교해 보면 월 200만원 정도의 임금 차이가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아니다. 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할 임금을 이윤으로 착복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늘 한 점 없는 전봇대에 매달려 작업하는 노동자들이다.

배전전기노동자들은 무더운 여름에도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와 그늘 한 점 없는 전주에 매달려 힘들게 일한다.

그런 노동자들에게 하계휴가를 늘리기는커녕 그동안 지속적으로 보장해 왔던 하계휴가를 없애겠다고 한다. 연차휴가로 하계휴가를 대체하라고 한다.

배전전기노동자들이 노동의 정당한 대가 지급과 하계유급휴가 3일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노사 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불법하도급이다.

한국전력은 협력업체의 불법하도급을 이미 알고 있었다.

올 1월 한국전력 사장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시공능력이 없는 자격증 소지자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인력, 장비 등 시공능력 확보 없이 입찰에 참여 가능한 제도의 허점 때문에 페이퍼 컴퍼니가 증가하고 있으며, 낙찰되지 않은 업체가 경영유지를 위해 저가 위장 편법 하도급 계약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전력은 이미 불법, 편법 하도급의 실체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전이 협력회사들의 불법하도급을 알고도 묵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불법하도급은 광주전남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노동조합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광주전남지역 불법 하도급 비율이 58%다. 하도급 공사 금액이 원가의 65%인걸 감안하면 100원짜리 공사를 65원에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력 협력업체는 대부분 인건비로 이윤을 확보하는 구조다.

전기공사업법은 원칙적으로 하도급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장비와 인원을 갖춘 업체가 하도급을 하고 임금을 최소화해서 하도급의 손실분을 메운다. 그러므로 하도급이 근절되지 않으면 노사 갈등은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배전전기노동자들의 파업이 41일을 넘기고 있다.

최근 때 이른 무더위와 가뭄으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전기는 현대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국민 생활의 필수인 전기를 공급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지역 사회의 우려가 크다.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배전전기 노동자들에게 노동의 정당한 대가와 하계유급휴가가 보장될 수 있도록 지역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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