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국민화합의 ‘다당제 연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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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국민화합의 ‘다당제 연정’으로
  • 장강뉴스
  • 승인 2022.07.1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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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호서대 명예교수)

한국의 정치는 분단으로 인한 이념싸움으로 후진적 제왕적 대통령제를 이어왔다. 이 때문에 선거 때엔 결국 양자대결 구도가 되고 후보간의 극단적 악마화 공격으로 국민들도 동서로 양분돼 전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거나 감옥으로 보내야 하는 세계역사상 유래없는 야만적 정치행위로 현대사가 점철되었다.

이기영
이기영

이제 한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도 선진화시켜야만 남미의 브라질같은 추락을 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독일식 다당제를 검토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에 패해 전국토가 황폐화되고 우리나라처럼 동서독으로 분단되었던 독일은 1950년대 아데나워 총리 이후 연정을 통해 라인강의 경제기적과 통일도 이뤄냈다.

더구나 초등 저학년부터 시작된 체계적인 정치교육으로 나찌와 같은 극우 파시즘을 차단해 주변국들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유럽을 하나의 공동체인 EU로 통합해 이젠 정치·경제·문화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올랐다.

우리도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겨우 0.7% 우위가 논공행상으로 모든 권력을 독식하는 사자우리식 정치구조를 끝내고 다당제 연정으로 교체해야만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정치적 안정으로 독일처럼 통일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89년 초 독일 베를린에서 유학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와 강단에 선 몇 달 뒤 갑자기 독일 통일이 이루어졌다. 독일의 통일이 우연히 동독의 오보로 일어났다고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독일국민 들이 오랫동안 공들여 쌓았던 많은 노력이 모여 생긴 결과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친 동독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의 크리스티안 휘러 목사가 이끈 월요집회가 동독을 무너뜨린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었지만 공산독재로 인한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한 폴란드 출신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오랜 노력과 함께 소련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개혁·개방 등 다양한 환경이 조성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연동형 비례제를 바탕으로 한 독일 다수당의 연정으로 안정화된 정치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통일이 가능했다고 본다. 특히 자민당 당수 한스 디트리히 겐셔는 겨우 5~10% 지지를 받으면서도 20년 이상을 내무·외무 장관을 지내면서 독일 통일의 주된 역할을 했다.

사회당과 기민당, 자민당의 연정으로 빌리브란트가 주창한 동방정책을 실행에 옮긴 그는 특히 미하일고르바초프가 소련공산당 서기장으로 취임하자 정세변화를 긴장 완화의 기회로 십분 활용했다.

연정은 불안정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더 큰 장점을 가진 제도로 독일에선 이미 오래전에 성공해 이젠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정치와 경제 및 문화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말 독일 사민당 대표 올라프 숄츠 의원이 '무티(엄마)' 앙겔라 메르켈에 이어 독일 전후 9번째 총리로 취임했다.

16년간 임기를 마친 메르켈 전 총리가 방문자석으로 들어오자 연방하원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긴 박수로 예의를 표했다.

숄츠 총리는 작년 9월 독일 선거에서 사민당을 승리로 이끌었고 이후 녹색당·자유민주당과 함께 신호등(사민당-빨강, 자유민주당-노랑, 녹색당-초록) 연립정부를 구성해 총리로 취임했다.

숄츠 총리는 내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처음으로 여성을 내정했고, 국방장관도 여성에게 맡겼으며 남성과 여성 숫자를 각각 8명씩 동수로 정했다. 그는 그동안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맡아 국민들에게 '메르켈의 후계자'라는 말을 들어왔다. 2005년 11월 독일 최초 여성 총리로 선출된 메르켈 전 총리는 임기말 지지율이 80%를 기록하며 이날 총리 자리에서 내려왔다.

연정은 정권교체가 돼도 연립을 통해 전 정부의 정책들이 그대로 이어지고 소수파 정당이 정권에 참여해 소수의 목소리도 국정에 반영되며 많은 학습을 유도해 경륜 있는 정치인을 양성해내는 효과도 있다.

이번 올라프 숄츠 내각이 25번째 내각인데 그간 모든 내각이 100% 연정이었다. 1957년 기민·기사당은 과반(519석 중 270석)의 의석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는 자민당(17석)과 연정했다.

대연정의 경우엔 국민의 80%의 지지를 받는 집권당이 탄생하고 정권교체가 돼도 연립을 통해 전 정부의 정책들이 이어진다. 탈원전·모병제는 녹색당의 공약이었는데 기민당·사민당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독일도 전전까지는 높은 권력 독점과 심각한 분열과 갈등이라는 양자택일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2차대전 후엔 민심을 따른 연동형 비례제에 기반한 연합정치를 통해 국정의 안정성·전문성·지속성을 모두 달성하는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었다.

이번 선거에 다당제를 주장하던 안후보가 갑자기 국힘당과의 단일화 및 합당 선언으로 민주당이 제안했던 독일식 비례대표 당원명부에 의한 다당제 연정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난 이 사건이 바로 정치개혁의 신호탄이라고 본다. 지난 선거에서 다당제를 제안한 김영호 전 산자부 장관과 ‘독일의 총리들’이란 저서를 집필해 독일식 다당제 연정을 소개했던 김황식 전 총리 등 양진영의 사회의 양심적 어른들이 모여 함께 개헌을 촉구하기를 기대해본다.

정치 초년생으로 당내 기반이 약한 윤대통령도 연정의 화합정치를 통해 빌리브란트처럼 역사에 남을, 국민화합을 이룬, 더 나아가 통일의 초석을 세운 최고의 지도자로 도약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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