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더 늦기 전에 사랑과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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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더 늦기 전에 사랑과 감사
  • 장강뉴스
  • 승인 2022.05.1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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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문인)

세월은 종종 화살에 비유된다. 그런데 그 화살의 속도가 시기마다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다. 20대에는 화살의 속도가 시속 20km, 40대는 40km, 60대는 60km라는 것이다.

이미숙
이미숙

이 비유가 단지 지나간 세월에 대한 후회만을 의미할까. 뇌 과학자의 시각은 다르다.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기억으로 인식한다. 기억이 많을수록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기억을 하려면 우리의 뇌가 세상을 인식해야 하는데 뇌의 연령에 따라 인식하는 속도가 다르다.

인간의 만남도 인연도 마찬가지이다. 이탈리아 토리노 박물관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기회의 신 카이로스 조각이 있다. 앞머리는 얼굴을 덮을 정도로 무성하고 뒷머리는 머리카락 한 올 없는 모습에 관람객들을 터트린다.

하지만 조각 아래 구절을 본 관람객들은 모두 고개를 끈덕이곤 했다. 하지만 조각 아래 구절을 본 관람객들은 모두 고개를 끈덕이곤 했다.

내가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내가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나를 쉽게 붙잡을 수 없게 하기 위함이다. 지금이 기회이고 내일은 어떠한 일이 방해할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내일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숨이 멎을 정도의 큰 충격을 받고 나서야 깨닫는다.

사람들은 매몰되어 빈틈없이 돌아가는 일과에 묻혀 시간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눈앞에 나타내는 결과에 정신이 팔려 정작 가치 있는 일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다반사다. 마치 시간이 영원한 것만 같다.

그래서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과 만남도 다음을 기약하며 후 순위로 두기 쉽다. 그래서 고맙고, 감사한 사람에게 안부 인사를 제때 못하는 이유는 쉽게 변명이 되곤 한다. 만남의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한다는 건 다들 공감하고 지극히 잘 아는 바이지만 쉽게 실천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호주 출신 간호사 브로니 웨어는 자신의 책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에서 많은 사람이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5가지에 대해 적었다. 그녀는 은행에서 일하다가 꿈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고 영국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인들을 병간호하기 시작했다.

죽음을 앞둔 노인들은 삶과 관련된 5가지를 후회했다. 그 가운데 ‘친구 지인들과 연락하며 살았어야 했다. 일에 매몰되는 대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웨어 작가가 이야기를 나눈, 한 노인은 ‘여유가 있을 때 친구 녀석을 보려 했는데 어느새 떠나고 나만 남았다’라고 한탄했고 다른 노인은 ‘부모님께 더 잘해 드려야 했는데 내가 준비됐을 때는 이미 내 곁에 없었다.

가족과도 마찬가지였다. 일에 치여 살다가 자녀들과 추억을 남기지 못했고 이미 아이들은 훌쩍 커버린 뒤였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금 누군가가 떠올랐다면 안부 전화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권하고 싶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지만, 나의 삶이 유한하다는 걸 깨닫는 나이 정도 되니 혹시 다시 못 만날 때를 생각하며 지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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