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봄은 우리 곁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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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봄은 우리 곁에 와 있다
  • 장강뉴스
  • 승인 2022.03.0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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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미(강진향우)

일년지계재어춘(一年之計在於春), 일년의 계획은 봄에 있다. 24절기 중 첫째 절기 입춘(2.4)으로 시작된다.

서상미
서상미

봄의 기간은(2.4~5.5)까지다. 우수(2.19) 경칩(3.5) 춘분(3.21)이다. 3월은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시작은 실패와 후회를 암시하기도 한다.

다시는 절대로 결코 실수나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지만, 또 되풀이되는 후회 그러면서 나이 들어가는 것이 인생일지도 모른다.

다 속여도 계절은 속이지 못하는 법이다. 춘분 10후(後) 현조지(玄鳥至) 제비가 날아온다. 강남에서 이미 출발한 제비 친구들이 비님을 맞으며 농부들 댁 처마 밑에 살 집 임대를 얻고자 협상 이야기가 오가는 시기인듯하다 만 이 세상 삶이 이치가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들의 것이 아닐까.

겨우내 추위에 시달린 길고양이에게도 인사하자. 청매화 몇 송이 피었다 진 뒤 양지바른 산수유 생강나무 가지에서 피어나는 노란 꽃들 환대하자.

봄은 벌써 저 남쪽에서 북상을 서두른다는 소식이다. 지금은 다랑이논에 물이 차오르고 물찬 논에는 우렁이들이 새끼를 치는 봄날을 기다릴 때다.

입춘이 지나며 한랭전선은 북쪽으로 밀려났다. 어제도 오늘도 볕이 좋았다. 볕 좋은 날은 양팔을 휘저으며 발목이 시큰해질 때까지 걷다 돌아온다. 내가 걷는 천변을 휘젓는 바람끝은 아직 차갑다.

하지만 어깨에 다정하게 손 얹듯 내리는 도타와진 볕 아래 걷노라면 팔다리에 새삼 피가 잘 돌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건 엔드로핀 호르몬이 돌기 때문일테다. 언 강물이 풀리고 땅속 구근들은 지표로 새싹을 밀어 올리는 중이다.

봄날엔 동 내의를 벗어 빨아 널고 빨래가 마르기를 기다리자. 사랑이 끝났다면 사랑 이후의 사랑을 꿈꾸자.

새들은 더 힘차게 공중을 활강할 때 숯을 굽는 이들은 산에서 숯 굽는 일에 열심이고 청명한 날씨가 이어지는 바다에서 숭어를 잡는 이들은 그물에 걸려 퍼덕이는 숭어 몇 마리를 데리고 온다.

꽃들의 잔치에 불려 나온 꿀벌들이 잉잉대며 노래할 때 우리는 게으름을 떨치고 일어나 어린 인류를 보살펴야 한다. 만물이 움트고 뻗고 피고 생동하는 봄날엔 먹고 노래하고 사랑하라. 우리에겐 할 일이 많다.

봄이 귓가에 소곤거리는 말을 경청하자.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을 배우고 익히자. 길고양이가 먹는 밤에 독약이나 푸는 이들처럼 쩨쩨하게 살지는 말자. 짐승이든 사람이든 어린 생명들에게 우리의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자.

키가 한 번쯤 커 버린 어린 것을 무릎에 앉힌 채 가갸거겨 한글을 깨우쳐 주고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도록 도와주자.

주말엔 이른 아침밥 해 먹은 뒤 지어미 지아비가 손 맞잡고 동백꽃이 피었나 아직 안되었나 보고 돌아오자. 봄의 논밭에서 움트는 것이 봄이고 기다림을 잃어도 오는 게 봄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들 마음에 봄이 깃들 때 진정한 봄이 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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