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정상과 비정상
상태바
독자기고 - 정상과 비정상
  • 장강뉴스
  • 승인 2021.12.27 12: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수밀 (한양대학교 연구교수)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지속 중이다. 코로나가 가라앉을 만하면 새로운 변이바이러스가 나타나 인류를 계속 긴장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박수밀
박수밀

앞으로 코로나 감염증이 최소 5년간 위협적인 상태로 지속되고 백신 접종을 10년간 맞아야 할지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 사태는 일상을 뉴노멀 시대로 이끈다.

과거에 비정상이었던 행위가 새로운 기준이 되고 새로운 생활 방식이 표준이 되고 있다.

외출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고 직접 만나 악수하는 대신에 컴퓨터에서 화면으로 만나 인사를 나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길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아픈 사람이라 생각하고 슬쩍 피했다.

그러나 지금엔 마스크를 벗고 다니면 미친 사람 취급받는다. 과거엔 비대면으로 만나면 정이 없어 보이고 각박한 세태 같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다. 과거엔 정상이었던 행동이 비정상이 되고 과거에 비정상적인 행위가 지금은 정상이 되었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생활 방식에서 문득 정상과 비정상을 떠올려 본다. 얼핏 정상과 비정상을 구별하는 기준은 대상 자체의 속성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뉴노멀 시대의 달라진 행동 방식에서 보듯이 정상과 비정상의 개념은 실체적 개념이 아니다.

정상과 비정상은 사회적 역사적 조건에 따라 만들어지는 담론일 뿐이다. 그래서 과거엔 비정상이 지금엔 정상이 되기도 하고 과거엔 정상이었던 것이 지금엔 비정상이 되기도 한다.

조선 시대의 열녀 담론을 떠올려 보라. 조선 시대엔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따라 죽는 행위를 당연하다고 여겼다. 아니, 찬양하고 부추겼다.

마을의 글깨나 한다는 선비들은 열녀전을 지어 열녀를 표창하고 기렸다. 이에 대해 다산은, 아내가 남편을 따라 죽는 것은 제 목숨을 끊은 것일 뿐 아무것도 아니며 자기 목숨을 끊는 것은 천하에서 가장 흉측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 시대 다산의 말을 옹호하는 사람은 없었다. 열녀전을 쓴 선비들이 정상이었고 다산의 말은 비정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직 다산의 말이 지극히 정상이고 선비의 말은 비정상이 되었다.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담론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그 시대의 환경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그러므로 정상을 ‘올바름’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한 집단 내에서 가운데에 자리한 평균적 속성일 뿐이다. 비정상이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니며, 비정상은 그 시대 소수에 대한 다수의 차별이 낳은 인식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오른손잡이가 많은 사회에선 왼손잡이가 비정상이 되고, 두 부모가 많은 사회에서 한 부모는 비정상으로 취급받는다.

                                          차별의 시선을 넘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선 비정상이라는 시선으로 다수가 약자와 소수자를 차별하고 억압하는 일이 흔하다. 한 부모 가족, 다문화 가정 등을 여전히 비정상 가족이라는 편견으로 바라본다.

장애인, 노숙인을 비정상적인 인간으로 꺼리고 피한다. 편견과 기피는 차별을 낳고 부당한 대우를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든다.

내가 너보다 낫다는 차별의 시선을 거두고 인간을 그 자체로 바라볼 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우애와 공존의 연대 정신이 들어설 것이다.

정상과 비정상이 급속히 자리를 바꾸는 뉴노멀 시대에 타자(他者)를 비정상으로 가르는 시선은 낡은 도그마에 불과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