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공무원들만 할 수 있는 특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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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공무원들만 할 수 있는 특권 이야기
  • 장강뉴스
  • 승인 2021.10.1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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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원(전 강진군수)

도시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푸르른 잔디밭이 있는 예쁜 전원주택에서 사는 꿈을 꾼다.

강진원(전 강진군수)
강진원(전 강진군수)

흔들의자에 앉아 모닝커피를 마시고 텃밭에서 키운 상추와 고추로 쌈을 싸먹고, 해 지는 저녁이면 이웃들을 불러 바비큐 파티를 하며 수다를 떤다.

그녀도 그런 꿈을 안고 고향 강진에 왔다. 40여년 직장 생활을 은퇴하고 나니 고향이 그립기도 하고 도시를 벗어나고 싶기도 해서였다. 강진만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하얀 집을 지었다.

처음 한 두 해는 텃밭 가꾸는 일이며 잔디밭 돌보는 일 등 새롭게 배워야 할 일이 많았다. 3년 정도 되니 일은 익숙해졌는데 조금씩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꿈에 그리던 경치 좋고 멋진 집에서 살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마음은 점점 우울해져 마침내 우울증 약까지 먹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무원 한 명이 집에 찾아왔다. 푸소라는 농촌 체험 프로젝트를 군에서 계획하고 있다며 여건이 좋으니 푸소 농가로 참여해 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용기를 주는 공무원 덕분에 해보자 결심했다. 교육도 참여하고 다른 농가들과 함께 준비 모임을 갖으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첫 체험 학생들을 받게 되었다. 광주에서 온 여학생들이었다. 2박 3일 동안 4명의 아이들에게 소소한 시골 생활을 체험하게 하였다.

정성껏 준비한 식사를 재잘거리며 맛있게 먹는 아이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일을 한다기보다 늘 새로운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런 시간들은 그녀를 억누르던 우울감도 사라지게 했다. 집까지 찾아와 푸소 농가 참여를 권유해 준 한 공무원의 노력이 그녀를 바꿔놓았다.

마량면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며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 있다. 인구가 줄고 상권이 축소되어 갈수록 어려움이 커지던 어느 날 군에서 개최한 보고회에서 놀토수산시장을 열어 마량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연 가능할까라는 걱정도 많았지만 어민들과 수차례의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반영하며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려고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들의 열정을 보고 참여를 결정했다. 개장 처음에는 관광객들이 많지 않아 판매가 저조했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들의 노력은 대단했다. 매주 토요일이면 현장에서 함께하며 홍보에서 참여까지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함께 달려들었다.

소문을 들은 관광객들이 점차 늘기 시작하면서 판매량도 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자리를 잡은 놀토수산시장은 강진군의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자신의 일에 사랑과 열정을 가진 공무원 한 사람이 도시 전체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오늘날 여수는 낭만이 가득한 국제 관광 도시이다.

거기에는 지금의 여수가 만들어 지는 큰 계기를 이뤄 낸 한 공무원의 열정과 노력이 숨어있다. 당시 여수는 바다를 비롯한 자연 환경은 아름다웠으나 개발이 되지 않아 관광객이 적은 도시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도청의 한 사무관은 여수의 좋은 구슬들을 잘 꿰어 획기적인 지역발전으로 여수 시민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자식을 돈이 없어 도시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부모와 같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여수의 발전을 고민하던 그는 고속도로, 철도, 항만 등 기반시설을 비롯해 지역을 한꺼번에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했다. 엑스포 유치였다.

계획을 수립하고 많은 연구를 통해 자료를 만들어 중앙 부처와 국회의원을 수없이 만났다. 쉽지 않았다. 엑스포 유치도 2회 연속 실패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3번째 도전에서 여수 해양 엑스포 유치에 성공했다. 10년의 긴 시간이었다. 엑스포 개최 확정 후 여수에는 고속도로, 시가지 정비, 엑스포 기본 시설 등 대대적 투자가 이루어졌다. 오늘날의 관광 도시 여수는 그때 그 기초가 거의 다 이루어진 것이다.

엄마는 어린 자녀를 키울 때 모든 관심을 자녀에게 둔다. 처음 엄마가 되어보는 사람은 끊임없이 책도 읽고,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하며 육아를 배운다. 아이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이렇듯 사랑에 빠진 사람은 많은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그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 일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에게 주어진 일이 있다. 그것이 그저 일상의 반복이 아닌 열정과 사랑으로 채워져 있다면 결과는 180도 달라질 것이다.

사람은 열정의 방향이 자신보다 타인을 향해 있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많은 직업이 그렇겠지만 특히 공무원은 열정과 에너지의 방향이 주민을 향해있다.

그들의 크고 작은 노력과 열정은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앞서 애기한 세 명의 공무원처럼 주민을 위한 열정과 사랑으로 일하는 사람들 바로 그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살기 좋게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힘을 줄 수 있는 자리 곧 사람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다. 오늘도 공공의 현장에서 고민하고 땀흘리며 애쓰는 모든 공무원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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