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남을 탓하고 싶은 본능(本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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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남을 탓하고 싶은 본능(本能)
  • 장강뉴스
  • 승인 2021.08.3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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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논설위원)

생물이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동작이나 운동을 말하며, 동물이 후천적 경험이나 교육에 의하지 않고 외부의 변화에 따라서 나타내는 통일적인 심신의 반응형식이 본능이다.

최일중
최일중

비난은 마음에 고통을 준다는 점에서 따끔하게 혼을 내는 교사 역할도 한다. 하지만, 비난을 피하려고 노력하다 더 많은 손실을 입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형제자매의 장난감을 빼앗은 아이는 상대편이 울음을 터뜨리며 부모에게 달려가는 상황에서 스스로 이렇게 방어할 수 있다.

“내가 먼저 장난감을 잡았다고요” 부모는 다 알고 있다는 듯 웃으며 아이를 바라본다. 또, 이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다. “세게 때리지도 않았어요. 정말 안 때렸다고요” 그럼 부모는 또 뻔한 거짓말을 한다는 듯 싫증 난 표정을 지을 것이다.

이처럼 자동적으로 나오는 아이들의 자기방어는 의미하기 짝이 없다. 당연히 부모는 쉽게 간파해 버린다. 물론, 아이들만 그런 건 아니라 어른들도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할 수 있는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비난으로부터 고통받는 일을 피하고자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가지 모순이 있다.

본래의 실수보다 방어적인 태도가 사람과의 관계를 더욱 안 좋게 한다는 점이다. 범죄 자체보다 은폐하는 것이 더 나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비난에 직면한 상황에서는 극도의 혼란에 빠지기가 쉽다. 대개는 충분히 생각해서 말하고 행동하기보다 최대한 자기를 방어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설사 신뢰를 주지 못하거나 추후에 감당하지 못할 변명이라도 말이다.

철저히 자기 위주의 방식으로 존중감을 형성해 온 것처럼 인간은 비난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도 이와 비슷하게 개발해 왔다.

그래서 잘못이 들통날 상황에 맞닥뜨리면 재빨리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상대방을 비난하고 나선다. “당신이 뭔데 그런 말을 해. 네가 하는 말에 누가 신경이나 쓸 것 같아” 상대방의 비난으로 계속 마음이 괴롭다면 좀 더 다양한 방어기술을 사용한다.

과거의 행동을 살짝 바꿔 내게 편한 방식으로 생각하고는 비난의 화살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 버린다.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그게 내 잘못이라는 거니?” 라든가 “너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거잖아” 등의 말로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비난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한다.

심지어 잘못이 명백한 상황에서조차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이유를 대거나 남 탓을 하면서 자기 과실을 부인한다. “네 말 때문에 내가 이렇게 한 거라고” 때로는 과거의 사실을 바꿔버린다.

“그 정책을 지지한 건 당신이었잖아요. 내가 지지를 보낸 건 그 정책이 기정 사실화 되었다는 당신의 말 때문이었어요” 상황에 따라 원인과 결과를 이리저리 바꿔 말하며 자기에 대한 비난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너 때문에 내가 술을 다시 마신거야” 이 같은 핑계는 잘못에 대한 단순한 부정이다. “난 잘못한 게 없어. 내 타이 아니야. 내가 끼친 피해를 과장해서 말하지마” 혹은 “ 내 책임이라고 하는데 생각이 잘못된 거야” 등의 표현은 일종의 책임해피다.

나에 대한 비난을 부정하고 그 화살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행위는 잠시나마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줄 수는 있다.

하지만 결국 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면,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의 시각을 차단해 버린다.

남들이 하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고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오직 자기 결백을 증명하는 데만 골몰한다.

이처럼 고집스러운 태도는 비난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으로부터 생겨나는데 이를 위험 경직성이라고 일컫는다.

위험 경직성이 나타나는 상황에서는 실수부터 교훈을 얻을 수 없다. 모든 에너지는 오직 자기방어에 쏠린다. 나에 대한 비난에 분노하며 반격을 준비한다.

턱을 아래도 쑥 빼며 눈을 크게 뜬 채 상대방을 주시한다. 어떤 위험이든 무릅쓰고 끝까지 비난하겠다는 듯 비장하다.

더구나 위험 경직성의 상태에서는 자신이 찌른 잘못에 대해 스스로 경계하는 마음도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 경계심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자아 존중감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는 자기 잘못을 다른 사람의 훨씬 더 심한 잘못의 증거로 삼는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 일상 속에서 흔히 벌어진다. 하루는 나에게 한 학생의 추천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연락이 왔다.

비난에 찬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으며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

‘학생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내가 학생의 기대를 저버린 꼴이 되었군’ 무언가를 빼 먹는 일은 신뢰와 책임을 중시하는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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