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남에게 베푸는 것이 낙시(樂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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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남에게 베푸는 것이 낙시(樂施)
  • 장강뉴스
  • 승인 2021.06.2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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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한(민족통일장흥군협의회장)

남에게 베푸는 것만큼 보람 있는 일도 없다. 남에게 베풀면 은혜받은 사람도 기쁘지만 베푼 사람도 그에 못지않게 기쁨을 누린다.

김경한 회장
김경한 회장

지도자가 특히 남에게 베푸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지도자의 존재 의의가 다른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다산은 베풀기 위해서는 먼저 절약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연못에 물이 가득 차면 흘러넘쳐 만물을 적신다.

그런즉 절약하여 가득 차게 하는 자는 베풀 수 있지만 절약하지 않는 자는 베풀 수 없다. 비단옷으로 치장하고 값비싼 말에 호사스런 안장을 얹고 윗사람에게 아첨하고 권세자에게 뇌물을 바치는 비용이 하루에도 수만 냥이 넘으니 친척이나 어려운 사람을 위해 베풀 여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므로 절약해서 쓰는 것이야말로 낙시(樂施)의 근본인 것이다. 베풀기를 즐겨한 사람들을 보자. 이율곡의 손자인 이집(李緝)은 여러 지역의 벼슬을 맡아 다스렸는데 벼슬살이를 하는 동안에는 동생으로 하여금 집안일을 대신 처리하게 하였다.

이집(李緝)은 흉년이 드는 해에는 꼭 편지를 보내어 집안의 창고에 있는 곡식들을 풀어서 먼저 친족들에게 베풀고 남은 것이 있거든 이웃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주변 사람이 그에게 “흉년 든 틈을 이용해 논밭을 좀 더 사들이시오”라고 말하자 이집은 “나의 이익을 위하여 남들을 더욱 굶주리게 할 수야 있겠는가”라고 말하고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에 돌아온 후에는 자신이 없는 동안 하인이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높은 이자로 재물을 빌려주고 받아 둔 문서들을 모조리 불 살라 버리고 그 하인을 도리어 곤장을 쳤다.

홍이일(洪履一)이 대구지방의 판관으로 부임했을 때 때마침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많은 선비와 사대부들이 피난을 왔다. 홍이일은 최선을 다해 이들을 구제하자 모두 기뻐하였다. 홍이일의 구제 선행을 들은 그곳 관찰사가 홍이일을 조롱하는 투로 말했다.

“그대가 청렴한 마음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하지만 장차 그대의 자손들은 어떻게 살게 할 셈인가?” 그러자 홍이일은 웃으면서 “이렇게 살아도 남에게 빚진 것은 없으니 이것으로 마음이 족합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마음을 유산으로 물려준다면 그 아이들도 부족하다고 생각지는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베풀고 싶어도 가진 것이 아예 없어서 베풀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에 비하면 가진 것이 많다는 것은 복된 일이다. 그래서 지도자가 물질적으로 풍족한 것은 복이다.

남에게 베풀 수 있기 때문이다. ‘얻으려면 주어야 하고 더 많이 줄수록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베푸는 삶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돈에 집착하는 사람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베푸는 삶은 살기 어렵다. 남에게 베푸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재산을 소중하게 알고 낭비하지 않지만, 거기에 얽매여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들은 돈을 위해 일하지 않고 돈이 자신의 삶을 위해 일하게 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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