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구설(口舌)과 회자(膾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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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구설(口舌)과 회자(膾炙)
  • 장강뉴스
  • 승인 2021.04.1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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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논설위원)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으로 널리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

최일중
최일중

벚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4월을 맞아 은은한 벚꽃향기 설레이는 마음이 완연한 봄을 알리고 있다. 연인과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말은 마음의 표현이고 생각의 전달이다. 나의 생각과 마음은 말을 통해 전달된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말에는 책임을 져야 하고 댓가를 치르게 돼 있다.

만약 책임을 질 수 없다면 입을 다물어야 한다. 남에게 해(害)를 주는 말은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혀는 능히 길들일 사람이 없나니 쉬지 아니하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다. 한 입으로 찬송과 저주가 나는도다! 라고 말하면서 모든 죄의 근원이 말을 하는 혀로 비롯됨을 알려주고 있다.

구설(口舌)()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이며 회자(膾炙)란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으로 널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말을 뜻한다.

자고로 많은 사람들이 구설에 대한 경구(警句)()를 남겼다. 우선 부처님은 사람의 혀(舌)를 일러 삼촌적부(三寸赤斧) 곧 3치의 붉은 도끼라 하여 잘 쓰면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이기(利器)가 되지만 잘못쓰면 사람을 해롭게 하는 무기(武器)가 된다는 것을 강조하였으며 공자의 말씀에도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 하여 입이 재앙의 문이 될 수 있음을 설파하였다.

어디 그뿐인가? 고려말 야운(野雲)대사의 자경문에도 구무다언(口無多言)하고 신불경동(身不輕動)이라 하여 곧 입은 말을 많이 하지 말고 몸은 가벼이 행동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노자(老子)의 도덕경에서도 신독(愼獨)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홀로 있을지라도 삼가 행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우리 속담에도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라는 말이 전해온다. 아무튼 말들은 우리가 입을 함부로 놀리면 부메랑처럼 반드시 내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가르침이다.

요즘 인터넷이나 SNS를 통한 정보화 물결은 그 가치보다 효용성과 이기주의에 치우치다 보니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에게 때로는 엄청난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때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어떤 이는 인터넷 악플 때문에 시달리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있으며 모처럼 막대한 비용을 들여 창업을 했지만 악성댓글로 인하여 파산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이러한 병폐는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이해부족과 배려심의 결여가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한다.

옛날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는 상부상조하고 서로 협업(協業)하는 문화가 힘을 발휘했지만 요즘같이 담을 쌓고 사는 아파트 환경에서는 전통적인 품앗이나 제주의 수눌음같은 협동심을 찾아보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럼 여기서 구설(口舌)과 회자(膾炙)는 대단히 상반적 입장이다. 구설은 자신의 흉허물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로내림을 뜻하는 것이요. 회자는 날고기와 구운 고기를 뜻하며 칭찬으로 자신의 행적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널리 자랑스럽게 퍼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둘은 사람들의 입잔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남의 말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말은 허언(虛言)이다. 오히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다.

말은 때로 비수(匕首)와 같아서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말을 할 때는 듣는 입장을 배려함은 물론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결코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막말은 막판에 가서도 해서는 안될 말이다.

우리가 흔히 육십대(六十代)를 이순(耳順)이라고 한다. 이때 이순의 뜻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가 무슨 말을 해도 순하게 들어야 하는 나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순의 의미는 그보다 내가 상대에게 말할 때 내 말이 상대의 귀에 거슬리지 않게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순의 나이에도 말을 함부로 하는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칠순의 나이에 가서도 말버릇을 고친다는 보장이 없다.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담지 못한다.

공자도 신언서판(身言書判)의 4덕 가운데 말을 중요시하였으며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 선인들의 말씀을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이런 신문기사를 보았다.

그는 광주지역에서 빛고을 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나덕주 이사장으로 그동안 무료배식 밥퍼 봉사활동을 하였으며 헌혈, 신장(콩팥)기증까지 실천한 대단한 인물이다.

그는 수년간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을 찾아다니며 예술봉사활동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야 말로 우리 모두의 입잔치에 회자(膾炙)되어야 할 마땅한 인물이 아닐까 한다.

천수경의 첫머리에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 수리수리마하수리수수리사바하’가  나온다. 이는 우리가 입으로 말하는 말을 공을 들여서 정화(淨化) 집수리 하듯 듣기좋게 말하는 뜻이다.

부디 말은 사람을 살릴 수 있고 죽일 수도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말은 정말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남의 입잔치 구설수에 오르지 말고 말조심하고  회자되는 삶을 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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