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등산가 회장의 뒤늦은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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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등산가 회장의 뒤늦은 깨달음
  • 장강뉴스
  • 승인 2021.03.2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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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미(강진향우)

어느 등산가가 험한 산을 오르다 길을 잃었다. 해가 저물고 갑자기 눈보라까지 쳐서 이제 죽었다고 생각할쯤 멀리 작은 불빛이 보였다.

서상미
서상미

작은 초가삼간 집이었다. 그는 거의 탈진상태여서 “계십니까? 계십니까?” 그때 어떤 할머니가 나왔다. 그는 무조건 들어가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할머니가 자신을 간호하고 있었다. “이제 정신이 드오?”, “아, 제송합니다! 허락도 없이 이렇게 폐를 끼쳐서....” “아니오, 더 머물다가 가시오. 눈보라가 멈추려면 몇 일을 더 있어야 한다오.” 할머니는 가난했지만 등산가에게 겨울양식을 꺼내어 함께 몇 일을 보냈다. 등산가는 눈보라가 끝나기만을 기다려야만 했다. 할머니는 등산가를 아들 대하듯 정성껏 보살펴 주었다. “나도 자네만한 아들이 있었다오. 지금은 이 세상에 없지만 이놈의 산이 문제요. 이놈의 산이 변덕이라....”

등산가는 이 생명의 은인인 할머니에게 보답하기 위해 어떻게 해드릴까 생각을 했다. 할머니가 살고 있는 집을 보니 온통 구멍이 나고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다. ‘그래 할머니 집을 따뜻하게 살 수 있도록 새로 사드려야겠구나....’

그 등산가는 다름아닌 거대 기업의 회장이었다. 눈보라가 끝나는 날 회장은 몰래 거액의 수표를 꺼내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는 할머니에게 “고맙습니다. 할머니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뭐요?” “이제 이거면 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는 회장은 미소를 지으며 떠났다.

그리고 몇 년 후 회장이 다시 그 산에 등산을 가게 되었다. 할머니가 과연 따뜻하게 지내고 계실까 궁금도 하고 해서 끔찍한 등산경험이었지만 그 산으로 다시 떠났다.

그런데 그 할머니 집이 그대로 있는 것이었다. 뛰어들어가자 방안에서 부패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할머니는 홀로 죽어계셨다.

아마도 겨울양식도 없고 작년에 너무 추워 동사한 듯 보였다. ‘아니 이럴수가 내가 분명 그 큰 돈을 드렸는데....’ 그때 자신이 준 수표가 창문에 구멍난 곳에 문풍지로 사용된 걸 발견했다.

‘아뿔사!’ 그때서야 회장은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며 할머니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드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가장 귀한 것이라도 깨닫지 못하면 휴지조각이 되는구나.

귀한 것이라도 알지 못하였거나 깨닫지 못하게 되면 아무 의미가 없는 휴지조각이구나.

어쩌면 내 주변에도 휴지조각 같지만 귀한 것이 있을 수도 있고.... 할머니가 주신 그 귀한 음식이 어쩌면 내겐 귀한 보석인데 난 그것을 휴지로 드렸구나....! 주변에 보석이 있어도 깨닫지 못하면 문풍지로 사용하듯.... 그것이 친구일 수도 있고, 직장일 수도 있고, 남편일 수도 있고, 아내일 수도 있고, 부모일 수도 있고, 상사일 수도 있고, 자식일 수도 있고....,’ 회장은 자신의 깨달음이 부족했음을 뒤늦게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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