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정(情)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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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정(情)이란
  • 장강뉴스
  • 승인 2021.03.0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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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논설위원)

3월은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경칩(驚蟄)이 3월 5일이다.

최일중
최일중

얼음이 녹고 대동강물이 풀리며 개구리를 비롯한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생명의 계절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백신 접종이 지난 달 26일 시작됐다. 설레는 새학기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초등학교 1, 2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 특수학교 학생 등이 우선 등교 대상이다.

올 신축년 국가예산 558조원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가예산이 세금이라는 것임을 생각할 때 국민은 무거운 짐을 지고 시작하는 새해가 되었다.

정치적으로는 올해 4월 7일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하며 내년 3월 9일 대통령선거, 6월 1일은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다.

정이란 사물에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이며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으로 남을 염려하여 헤아리는 마음이다.

사람이 됐든 동물이나 물건이 됐든 오랜 세월을 같이 지내다 보면 정이 들게 마련이다. 그건 동서고금을 떠나 인지상정이다.

이런 정(情)은 의도한다고 해서 드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속에서 저절로 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쁨과 슬픔, 감동과 애환이 뒤섞여 복합적인 감정체계로 승화하게 된다.

우리들은 이를 두고 흔히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다고 한다. 더러는 정을 얘기하면서 더러운 정, 얄미운 정을 말하기도 한다.

정은 정체성을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한국인은 누구나 대인관계의 한 징표로 정을 얘기한다.

누구는 정이 많은 사람 또 누구는 정이 없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정이 많은 사람은 따뜻하고 좋은 사람, 그 반대로 정이 없는 사람은 차갑고 별로 좋지 않은 사람이라고 여긴다.

그 사람이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옳은가 하는 것보다는 우선 인간적으로 정이 넘치는 인물인지를 먼저 보는 편이다. 그래서 정은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적 접근이 많다.

또, 질적으로 보면 끈적끈적한 점액성이나 흔히 우리가 말하는 정(情)을 사전적 의미로 한정해서 말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정은 사랑, 그리움, 형제애, 우정, 용서, 관용, 희생, 배려, 집착, 열망, 심지어 미움이나 불합리한 편들기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그야말로 정은 복잡 다양한 감정현상의 융합체인 것이다.

정에 대한 글이나 연구결과도 적잖다. 정은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으며 색깔도 없다. 냄새도 나지 않고 맛도 없다.

무형, 무상, 무취, 무미다. 그렇다면 지구상 세계에서는 없는 것이 된다. 분명히 없는데 있는 것이 정이다. 존재하되 역동적으로 존재한다. 그 없는 것에 손을 데고 그 없는 것에 오장육부가 녹고, 그 없는 것에 살이 여윈다.

얼핏 보면 말장난 같다. 정이란 실체가 없다고 하면서도 그 없는 것 때문에 오장육부가 녹고 살이 여윈다니? 역설치고는 아주 대단한 역설이다. 바로 이것이다. 실체가 없는 듯한 바로 그 정 때문에 사람들은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그래서 때론 몰라보게 몸이 수척해지기도 한다.

어디 이뿐이랴. 바로 정 때문에 세상사가 즐겁기도 하고 반대로 비관에 빠지기도 하며 또 때론 불가능한 일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그래서 더러 비리나 부정이 생겨나기도 한다. 정은 사람들에게 공기와 같은 존재이자 때론 마약과 같은 독소이기도 한 것이다.

정은 같은 마음(心)의 상황이지만 전혀 정반대의 상황이다. 정은 풀의 싹을 의미하는 생(生)과 정(井)은 맑다는 뜻에 뿌리를 두고 있고 정(靜)과 정(情)은 샘물처럼 잠겨 멎어 있다는 뜻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곧 정(情)은 사람의 몸속에 물처럼 조용히 잠겨 있는 마음의 精麗(정려)를 의미한다.

정은 한자이다. 정에 꼭 들어맞는 순우리말은 없다 .정의 유사어인 애(愛)인 경우 사랑이 있고 다솜이라는 옛말도 있다.

또 동사로는 사랑하다가 있고 괴다라는 옛말도 갖고 있다. 그런데 정은 안 그렇다. 순우리말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그간 우리는 정을 우리말에서 활용해왔다.

접두사로 붙여서 활용한 예로는 정답다, 정겹다, 정떨어진다, 정들다, 정차다 등이 있다. 또 동사와 붙여서 정을 두다, 정을 붙이다, 정을 주다 등으로 써왔다.

심지어 파생어도 있다. 사랑이나 사물에 대해 애착을 느끼는 마음을 뜻하는 정나미가 그 대표적인 예다.

정이란 생각이라기보다는 느낌에 가깝다. 느끼되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이성보다는 감성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정은 분석적이기보다는 통합적이며 행동보다는 마음으로 상대를 느끼는 것을 말한다. 정은 다분히 감정의 영역에 가깝다.

이 맥락에서 생겨난 말들이 정서, 정감, 정경, 정취, 정조, 정한 등이다. 차가운 이성에 비해 감성은 따뜻하다.

이런 말들이 담고 있는 어감은 그래서 대체로 따뜻하다. 반면 정은 비합리적이며 때론 그릇된 판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동서고금에 정 때문에 국사를 그르친 위정자가 적지 않았고 패거리 문화의 산물이랄 수 있는 정실주의도 정에서 생겨난 것이다.

정의 부정적인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을 한자 사전에서 찾아보면 그 첫머리에 뜻 정(情 )이라고 나온다. 여기서 뜻은 의미나 의사를 말하며 정은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정은 대체로 사람을 대상으로 생겨나는 법이다. 가족, 친구, 여인, 아니면 사회에서 만난 온갖 인연들이 그 대상인 것이 보통이다.

이를 흔히 인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의 대상이 비단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가깝게는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이나 손때가 묻는 물건, 태어난 고향, 정든 장소 등에 대해서도 더러 각별한 정을 가지기도 한다.

흔히 이를 물정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정은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데, 거기엔 사물도 포함된다.

정이란 무엇인지 정 때문에 울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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