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공무원들 복지부동(伏地不動)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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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공무원들 복지부동(伏地不動)을 우려한다
  • 조창구 기자
  • 승인 2021.02.2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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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구 편집국장

최근 지역법원에서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4명에 대한 1심판결이 있었다.

조창구 편집국장
조창구 편집국장

그동안 군 행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로 수사를 받고 법원에 불려 다니느라 관계된 당사자는 물론 가족이나 친척, 주변 지인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며 이날 법원의 판단에 주목해왔다.

특히 지역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법적 절차 진행에 지역공무원사회에도 표현은 잘 하지 않지만,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왔다.

이날 공무원 모두에게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지긴 했지만 지역 사회에서는 다소 무거운 판결이 내려졌다는 분위기가 대세다.

퇴직이 한창 남은 젊은 공무원의 인생은 한순간 사라질 것이며, 퇴직을 앞둔 공무원은 퇴직 후 받을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그동안 공무원으로 살아온 본인의 인생 전체를 부정당하는 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국가공무원법 69조에 따라 중징계 중 파면에 해당하는 당연퇴직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파면 처분이 되면 연금과 퇴직수당을 50%만 받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공무원들 사이에선 문제가 될 성싶은 공모사업이나,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사업을 꺼리며, 몸을 움츠리게 된다.

군민과 지역발전을 위해 일을 하다 보면 ‘급하게 결정’을 내릴 때도 있다. 그러다 일이 잘못돼 혼자만 징계를 받는 예도 있다.

이렇다 보니 일 처리가 늦어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혹시 모를 감사를 대비하려면 이게 제일 안전한 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특히, 오히려 편안히 일해도 세월이 흐르면 승진할 수 있다며 굳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궂은일을 피하게 된다.

공무원이 잘 하려다 형사적 처벌까지 받게 되면 소위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은 점점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전문가 32명을 대상으로 ‘적극 행정을 가로막는 요인’에 대해 조사해 보니 1위(27%)가 ‘공무원들이 갖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꼽혔다.

업무를 추진하다 발생한 문제에는 사후에 감사 등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있다.

하지만 막상 사고가 났을 때 면책을 받으려면 자신이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하며, 면책제도를 믿고 마음껏 적극 행정을 펼치라는 것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다고 공무원들은 말한다.

그렇다 보니 공무원으로서 법령상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더라도, 나중에 있을 감사를 두려워해 판단을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공무원이 부작위 또는 직무 태만으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아 군민에게 불편을 주거나 권익을 침해하고 군 재정에 손실을 준다면 징계처분을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

또, 말만 번지르르하고 행동하지 않는 공무원, 관련 업무를 ‘하는 척’만 하다 결국 아무 일도 진행하지 않는 공무원은 당연히 퇴출당하여야 한다.

하지만 공무원이 군민과 지역발전을 위해 잘 해보려다 사소한 실수가 있을 경우에는 면책을 해야 한다. 징계가 두려워 적극적인 행정을 하지 않으면 지역발전에 악영향이 초래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공무원이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현실성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이 업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는 등 비리를 저질렀다면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다 발생한 실수에 대해서는 될 수 있으면 면책이나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이 나오지 않을 것을 기대한다.

이번 결과로 인해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이 늘어나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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