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코로나 속의 설과 우리의 효(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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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코로나 속의 설과 우리의 효(孝)
  • 장강뉴스
  • 승인 2021.02.0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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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일년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立春)인 2월 3일이 지났다.

최일중
최일중

입춘은 봄이 시작되는 상징성을 갖고 있어 농경의례와 관련된 행사가 많다.

올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하며 모두가 큰 복을 받도록 입춘대길(立春大吉)을 써 대문에 붙이기도 한다.

신축년 민족의 대명절 설날 우리 민족의 대이동을 자제해달라는 방역당국의 부탁이다.

설 연휴 때 직계가족도 5인 이상 못 모인다. 부모님께 전화 및 영상통화로 새해인사를 전한다.

또 한 살을 먹게 된다. 흔히 세상에 목먹을 게 나이라고 한다.

그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먹지 않을 수 없는 나이이니 어쩌겠는가? 어린 아이는 빨리 성장하려는 욕심에 나이 먹는 것을 즐거워하지만 나이 든 사람은 흐르는 세월을 최대한 늦추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에겐 느리게 흐르는 세월이 나이 든 사람에게는 더 빨리 흘러간다. 사실 똑같은 시간인데 말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삶은 기껏해야 90세 전후. 사실 죽음의 시각에서 보면 인생은 모든 것이 허무해진다.

당시에는 중차대한 일도 지난 뒤에 되돌아보면 별 일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렇게 허무한 인생을 유의미한 일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중 하나가 정관(靜觀)이다.

조용히 사물을 관조하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면서 진리를 깨닫고 내적으로 성숙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인생의 경험이 풍부할수록 세상을 살아가는데 여유가 있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항상 여유가 있으며 어려운 난관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느끼고 하루를 즐기며 느긋하게 세상을 살아간다.

공자는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이에 따라 성숙해야 할 단계를 제시해주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교육을 받기 시작한다. 어릴 때는 부모와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대로 습득하고 행동한다.

15살이 되면 왜 공부하고 윤리를 실천해야만 하며 사람이란 어떤 존재이며 사회적 관계를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지 등 수기치인(修己治人)의 도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다.

이런 의미에서 15세는 지년(志年), 지학(志學)이라고 한다.

수양과 함께 학문을 탐구하여 30세가 되면 이치를 알고 언행을 사리에 맞게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실천하여 세상에서 자립(自立) 할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해야 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정진하여 40세가 되면 이치에 통달하여 어떤 일이든 미혹되지 않고 순리대로 판단하고 처리할 수 있다.

불혹(不惑)의 나이에는 깊은 지혜와 명철한 판단력, 일을 순리대로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세상에 나가서 뜻을 마음껏 펼치는 시기이다.

50세가 되면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은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그 성패는 하늘에 맡기고 달관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천명을 모르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다 보면 어느새 더 큰 낭패와 재앙이 몸에 따른다.

60세 가까이 살면 격변하는 세상일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길흉화복의 갈마듦과 인정 세태의 변화에 대해 달관하는 힘이 생기기 시작한다.

희노애락의 감정을 훤히 들여다 보고 흥망성쇠의 변화에서 천명을 알고 순응하면서 천리(天理)와 인사(人事)에 달관하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이순(耳順)의 나이에는 몸이 늙었지만 어떤 사물을 보거나 소리를 들어도 마음으로 척척 천리를 이해하여 감정의 기복없이 귀가 순해진다.

70세가 되면 언행을 자유롭게 해도 천리의 법도에 척척 맞게 되는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

나의 욕망과 고집을 끊임없이 덜어내고 정관을 통해 진리와 인정을 체인(體認) 하면서 내적, 외적으로 자신을 성숙시켜야 한다.

이런 경지에 도달하면 몸은 속에서 어울려 살지만 도를 즐기는 진정한 자유인이며 성인(成人)의 완성이다.

농경문화에 뿌리를 둔 우리 조상은 1년 음력을 기준으로 해서 살아왔으며 음력을 계속해서 사용하다가 양력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896년부터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양력을 쓰게 되면서 음력 설을 폐지하려고 일제강점기 때 강제로 했지만 전통적인 음력 설날을 폐지하지 못했다.

1985년 전두환 정부에서는 음력 설날을 민속의 날로 부활시켰고 4년 뒤 1989년 노태우 정부 때 ‘설’이란 옛이름을 되찾아주고 추석과 더불어 황금연휴가 시행되다가 1999년에 신정이 하루로 줄면서 음력설은 민족의 최대 명절로 복권 되었다.

북한에서는 1967년부터 설날을 공휴일로 정해 민족의 대명절로 실시해 오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남북한이 설날을 민족의 대명절로 정하고 공휴일로 정해 조상께 효도하고 고향을 찾는 전통적 미풍양속의 날로 지켜오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근본적으로 해야 할 것은 부모에 효도하는 것이며 교육이란 교(敎)자는 효(孝) + 부(父)자가 합성된 글자로써 부모에 효도하는 사람을 가르치는 것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아무리 교육을 많이 받았어도 효도를 하지 않는다면 교육의 근본에 어긋난 교육을 한 것이다.

대가족 제도에서 우리 민족의 효문화는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앞선 자랑스러운 것이었으며 이것은 살아서 부모에 효도하고 부모가 돌아가신 후는 제삿날을 잊지 않고 정성껏 제사를 지내는 것이며 조상의 묘소에 성묘하고 명절 때면 차례를 지내며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는 것이 풍속화 되어 맥을 이어오고 있다.

설 명절에 민족이 대이동을 하는 것은 아직도 민족의 가슴속에는 조상을 찾고 조상께 효도하는 효심이 있기 때문이다.

명절 때 민족의 대이동은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효심의 이동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효심을 일제강점기의 억압정치에서도 막을 수 없었기에 정부에서는 양력설보다는 음력설을 전통적인 대명절로 정한 것이다.

설날은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효심의 이동이면서 잊혀져가는 우리 고유의 전통 옛민속문화를 일깨워 주는 날이다.

설날을 시작으로 우리 농촌에서는 정월 대보름까지 농악놀이, 줄다리기, 제기차기,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팽이치기 등의 각종 민속놀이를 하면서 즐기고 있고 멀리서 온 일가친척들이 모여 민속놀이를 즐긴다.

핵가족 시대가 되면서 전통적인 효도를 배울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우리의 전통명절인 설날이 이어오고 있는 것은 참으로 자랑스럽고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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