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마음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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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마음 방역
  • 장강뉴스
  • 승인 2021.01.1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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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스님(보림사 주지)

새해 벽두부터 강추위와 더불어 서설이 내리고 있습니다.

일선스님
일선스님

신축년은 흰 소의 해로 소는 근면과 성실함을 상징하며 흰 소는 대승의 참마음을 뜻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친구들은 뒷산에 소를 풀어놓고 재미있게 놀다가 소를 잃어버려 늦은 밤까지 온산을 헤매는 일이 많았습니다.

우리들은 그간 지나친 욕망의 재미에 빠져서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 오염으로 인하여 참마음의 소를 잃고 코로나 19의 대재앙으로 커다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 서로서로 인연이 모여서 하나의 우주가 생긴다는 인연 법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아프면 남이 아프고 이웃이 아프면 세상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코로나 앞에서는 종교의 유무와 피부색과 남녀노소가 없고 오직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서로 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들은 문제와 답을 함께 가지고 있기에 그간 인류에게 닥쳤던 자연재난과 여러 바이러스의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새해 들어 우리에게 곧 백신이 올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코로나 19의 전이와 전파력이 보통이 아니라서 특별한 자각을 통해서 마스크를 더욱 철저히 써야 합니다.

다만 그간의 스트레스로 생긴 긴장된 마음을 이제부터는 이완하여 지치지 않기 위해서 열 가지 마음 방역을 함께 해야 합니다.

절에 가면 대웅전 뒤에 소치는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이것이 십우도로 열 가지 마음 방역의 매뉴얼입니다.

첫 번째 그림은 소의 발자국을 따라서 가면 우거진 수풀 속에 소의 뒷모습이 보이는데 보통 사람들이 자기를 반성하고 돌이켜 볼 때 나와 대상을 동일시했던 모순이 사라지고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으로 소를 보는 견우입니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면서 호흡이 답답하면 살짝 코를 내놓고 방심을 합니다. 이러한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길이며 마음 방역은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먼저 코가 답답함을 알아차리고 코를 내놓지 말고 숨이 들어오면 들어온다고 알고 나가면 나간 줄 알고 길면 긴 줄 알고 짧으면 짧다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러면 몸은 호흡과 하나 되어 금방 가벼워지고 답답함이 사라지고 면역력을 높일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호흡을 통한 알아차리는 명상을 통해서 얻어지는 이익입니다.

다음엔 몸이 사라지고 나면 감각의 흐름이 나타나는 데 좋다는 느낌, 싫다는 느낌, 이것도 저것도 아닌, 무덤덤입니다.

사람은 좋다는 생각에서 탐심이 일어나고 싫다는 생각에서 분노가 일어나고 무덤덤의 생각에서 어리석음이라는 세 가지의 독한 번뇌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순간 포착해서 알아차리면 감각의 흐름이 끊어지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가 있습니다.

또한, 그간 무거운 몸은 점점 가벼워지고 마음은 허공과도 같아서 우리의 뇌에서는 지극한 행복의 물질인 세라토닌이 나오고 뇌파는 가장 안정적인 세타파가 나와서 면역력을 배가 시킬 수가 있다고 뇌과학자들은 명상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다음엔 몸과 감각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실체가 없고 다만 인연인 줄 아는 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것을 득우라고 하며 소 코에 고삐를 꿰었기에 이제부터는 길들이는 일만 남았습니다.

모든 것이 인연인 줄 아는 마음이 공함을 깨닫게 되면 마음의 현상과 대상인 일체가 오직 한마음으로 이것이 바로 일 승인 흰 소가 온전히 드러난 모습입니다.

그간 출가하여 소를 찾아 집을 나선 지 어언 사십여 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와서 깨닫고 보니 우리의 참마음인 흰 소는 본래부터 항상 물들지 않아서 허공에 구름이 일어나지만, 허공은 아무런 흔적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업력이 남아 있어 일상에서 말과 행이 하나 되지 않으니 끝없이 소를 길들여서 하심과 헌신하는 보살행을 닦아야 소가 하늘의 구름 가듯이 세상사에 물들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생에 한 번이나 만날 수 있는 비대면의 시간을 수행의 기회로 잘 활용해서 대면과 비대면이 둘이 아닌 일미의 흰 소가 되어야 합니다.

〈길 위에 흰 소〉
하늘과 땅을 뛰어넘는 / 길 위의 흰 소를 찾아서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 새해 첫걸음을 나섰던가.
허공 가득 백설이 휘날리니 / 온통 겨울 숲은 백옥의 궁전 / 나무들마다 흰 소의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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