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茶山)의 '독소(獨笑)' 나 홀로 웃다
양식 많은 집은 자식이 귀하고
아들 많은 집엔 굶주림이 있으며,
높은 벼슬아치는 꼭 우매하고
재주 있는 인재는 재주 펼 길 없다.
완전한 복을 갖춘 집 드물고,
지극히 높은 뜻은 따르기가 힘들지.
아비가 절약하면 아들은 헤프기 마련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어리석다.
보름달 뜨면 구름 자주 끼고
꽃이 활짝 피면 바람이 불어대지.
세상일이란 모두 이럴 진대
나 홀로 웃는 까닭 아는 이 없겠지.
마흔세 살 되던 해,
1804년 유배지 강경에서 정약용 선생께서 쓰신 시조 '독소(獨笑)'다.
원래 한시(漢詩)를 지면 관계상 한글해석 부분만 옮겨온 것인데,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시대를 초월해서 비슷한가 보다.
200여 년 전 시대의 관료이자 학자의 시각에서 본 사회상이지만, 흡사 요즘 우리 사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좋은 일엔 마가 낀다', '머피의 법칙'과도 같이 가득 찬 것이 있으면 부족한 것이 있고, 일어나는 것이 있으면 기우는 것이 있는 세상사. 그곳의 중심에서 밀려나 유배길 에서
'새옹지마'의 교훈을 되뇌며 화자는 홀로 웃음 짓고 있다.
잘될 때는 자만심에 계속 잘될 것 같고, 안될 때는 공포심에 뭘 해도 안 될 듯 보인다.
하지만 공포심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보아야 하고, 탄탄대로 끝에도 굴곡진 진흙 길이 있음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계영배(戒盈杯)’처럼, 형이든 무형이든 가득 차기 전에 미리 비움의 미덕을 발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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