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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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강뉴스 기자
  • 승인 2013.09.1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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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고향, 사람이 본래 부처

▲ 일선스님(보림사 주지)
온 대지는 금빛 물결 출렁이고 하늘은 참으로 높고 투명하여 유리알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들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는 풍년의 기쁨에 취해 새가 날아와도 아랑곳 하지 않고 두 팔을 벌리며 넉넉한 품으로 서 있습니다.
이처럼 모든 것이 은혜로운 결실의 계절입니다.
절에서는 추석을 맞이하여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하여 면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도량을 깨끗이 정리 하였습니다. 텅빈 마당엔 금방이라도 보름달이 내려올것 같습니다.
뒷 마을 부녀회에서도 도로변의 풀을 깍고 고향을 찾아올 사람들을 맞이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상이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향은 어려울 때일수록 힘이 되어 줍니다.
세상의 어떤 곳도 고향과 더불어 가족만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귀성이라는 전쟁을 치르면서도 사람들은 고향을 찾는 것입니다.
또한 고향은 너그럽게 모든 것을 감싸주고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서 다시 새로운 세상을 향하게 해줍니다.
지금 도시에서 전세난에 허덕이고 실업의 고통으로 취업의 문을 두두리는 사람들은 비록 떳떳하게 조상님을 뵐 형편이 없지만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고향을 그리워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저하지 말고 내려오면 고향은 용기 백배로 하여 더욱 힘을 실어 줄 것입니다.
출가한 한 스님들도 명절이 되면 고향이 그립기 마련입니다.
한편 도를 이룬 큰 스님들도 마찬가지여서 멀리 고향을 그리며 부모 형제와 더불어 고향 사람들을 위하여 간절하게 축원을 올림니다.
도를 깨닫고 나면 가장 가까운 인연들을 먼저 제도해야 하는데 가장 은혜로운 것은 나를 길러준 고향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몸이 태어난 고향은 시간과 공간의 흐름속에서 늘 변하고 있어 그립고 보고 싶어 때로는 병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고향이 그리울 것입니다. 또한 실향의 아픔으로 긴긴 날을 고통 받으며 살고 있는 것이 남북 이산가족의 아픔입니다.
스님들이 고향을 떠나 출가를 한 깊은 뜻은 일체 부모를 나의 부모로 모시는 것이 참으로 큰 효도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데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깨달음은 사람이 본래 부처라는 마음의 고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을 부처님처럼 받들어 모시면 싸움과 갈등이 사라지고 화쟁과 소통이 이루어 집니다.
이러한 원리를 깨달아야만 비로서 영원한 안식을 얻고 처하는 곳 마다 주인이 되며 서 있는 곳마다 항상 진실하고 변함없어 지극히 안락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차별이 없음을 분명하게 깨달으면 어려운 이웃들을 내 몸처럼 살피게 되고 처지를 함께 아파하는 지극한 자비심을 실천하게 됩니다.
추석을 맞이하여 홀로 계신 노인들에게 모처럼 정성이 담긴 음식을 대접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말로 위로하며 함께 기뻐함은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는 공덕과 같은 복전이 될 것입니다.
뜰앞에는 석류가 익어 갑니다. 갈수록 커지는 볼에는 웃음보가 가득하여 손대면 곧 터질 것만 같습니다.
웃어야 웃을 일이 있다고 하니 딱 터진 석류처럼 온통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즐거운 한가위가 되시길 두손 모아 축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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