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 시인
시월의 햇살과 하늘빛이 간질이는
광활한 교정에 이곳도 저곳도
형형색색 온통 국화꽃 반란이네.
온 꽃이 시들어 떨어진 후에
유독 국화만이 경치를 차지하고 있어
화사한 꽃무리에 바라보는 눈이 시리네.
벌 나비가 가을에 이처럼
향기로운 국화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넋이 빼어 애모하여 미련을 두었을 것을
초록이 지쳐 붉게 물든 명상 숲에
모슬 나갔다가 돌아온
온갖 새들이 국화꽃 자태를 훔쳐보며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서정주 시를 목청껏 허공에 읊조리나니
초탈한 어떤 상아탑 시월의 풍취도
이에 따르지는 못 할 것이라
누구나 흔치 않는 서정에 흠뻑 젖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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